서민과 기업의 피와 땀으로 은행들 성과급 잔치…

자신들의 밥그릇 불리며 서비스는 뒷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주요 은행들이 연초부터 기본급의 300∼400%를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기본급의 40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으며 신한은행도 성과급 규모를 기본급의 361%로 늘려 잡았다. 


KB국민은행은 기본급의 28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직원 1인당 340만 원의 특별 격려금을 별도로 지급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지난해 금리 상승 과정에서 예대 차익 확대로 역대 최대인 40조 6000억 원(1~9월)의 이자 이익을 거두자 자신들의 밥그릇을 불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4∼3·4분기 국내 은행들의 이자수익은 40조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6조9000억 원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또 5대 은행의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은 약 11조2203억 원으로 전년보다 18% 늘었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가 급등해 은행들이 큰 이익을 얻은 것이다. 


은행들은 성과급 파티에는 발 빠르게 나서면서도 국민이 바라는 영업시간 복원에는 미적거리고 있다. 


은행권은 코로나 19 확산을 막겠다며 2021년 7월부터 ‘오전 9시~오후 4시’인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음에도 은행들은 여전히 줄어든 영업시간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 노사가 산별 단체교섭에서 영업시간 단축 여부를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는 황당한 이유에서다. 


게다가 KB국민은행은 노조의 ‘중식 시간 동시 사용’ 요구를 수용해 조만간 소형 출장소 9곳에서 점심시간(1시간) 영업 중단할 계획이다. 


이러니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은행 업무를 보려고 연차까지 써야 할 판”이라는 푸념까지 나온다. 


은행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은 이자 장사로 번 돈이 자영업자와 개인들의 눈물 어린 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와 이어진 경기침체로 자금이 부족해진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은행에서 많은 돈을 빌렸다. 


일부 개인들은 자신의 책임이긴 하지만 큰 빚을 내 주택을 사들이기도 했다. 


금리가 오르자 이들은 이자를 갚느라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고 있다. 힘든 시기에는 기업, 가계, 은행이 다 같이 고통을 분담하는 게 세상 이치다. 


가계 소비가 줄고 기업의 판매가 감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은행도 수익이 줄어드는 게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불경기의 은행들은 금리 인상이라는 피할 수 없는 금융정책을 도리어 자기 배를 불리는 데 이용해 비난을 사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민간 기업인 은행이 한 해 경영을 잘해 이익을 많이 남기고, 그 돈으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주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의 성과급이 지난 수년간 고통받아 온 서민과 기업의 피와 땀의 결과물이란 점에서 그렇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풀린 돈 때문에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올렸고, 그 결과로 시중 은행의 역대 최대 규모 이자 이익을 낳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은 40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조9000억 원 증가했다. 시중 은행의 ‘잔치’엔 금융 당국의 어설픈 관치도 한몫했다. 


수신 경쟁 자제 차원에서 예금금리를 억제하다 보니 대출금리만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 와중에 시중 은행들은 벌어진 예대차익으로 호실적을 누리면서 고객을 위한 서비스는 줄이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여론이 들끓고 김주현 금융위원장마저 비판하자 은행 노사가 뒤늦게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영업시간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전형적인 뒷북 대처다. 예금금리는 재빨리 내리고 대출금리 인하에는 미적대는 병폐도 여전하다. 


기업과 서민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은행만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하다. 공적 책임을 져야 할 은행들의 염치없는 행태는 매를 버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고객 무시 영업이 언제까지 온전히 지속할 수 있다고 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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