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선생과 항우학생

 

역사가 나은 수많은 영웅 중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의 중국의 두 영웅 향우와 유방이 있다. 특히 이 두 영웅이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유는 영웅을 향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유방은 중국 대륙의 토대를 이룩한 승자의 제왕인 반면 항우는 유방에 패했다.

 

그러나 후세 사람들은 유방보다는 이 항우를 소제로 영화와 드라마들을 만들었다. 그에게 패배한데에 따른 인간적인 연민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출신부터도 이 둘은 판이하게 달랐다. 항우는 명문 귀족출신이고 소년시절부터 무예로 뛰어난 기량을 보인 반면, 유방은 농민출신으로 각지를 유랑하다가 고향의 말단관직을 얻고 황릉축조에 죄수들을 인솔하는 책임을 맏았다. 그러나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아 그가 화를 면키 어려워지자 아예 이들을 풀어주고 스스로 유격대장이 되어 반군에 가담했다.

 

총명하고 수려한 이미지를 가진 항우는 누가 보아도 영웅이고 제국의 천자의 얼굴이었지만, 유방은 우둔해보이고 심지어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릴 것처럼 나약한 모습이어서 그 누구도 그의 모습에서 영웅의 기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들 두 인물의 외형적인 모습만을 볼 때 대륙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마치 대학생과 초등생의 대결 구도로 보여졌던 이들의 경쟁은 결국 예상밖의 결과로 매듭지어졌다.

 

기원전 202년 항우를 제압한 유방은 마침내 한 왕조를 세웠다. 농민 출신이었던 유방은 항우보다 뛰어난 능력은 없었지만, 자신의 힘을 과신하지 않고 인재를 잘 활용했으며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언제나 현실에 충실함으로써 마침내 황제의 지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우리는 교사의 모습에서도 항우와 유방같은 성향을 찾아볼 수 있다. 학생을 압도할 만한 능력을 발휘하여 학생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며 자신의 의지와 판단만을 주입하려는 항우 같은 전제형의 선생님과 스스로의 존재를 낮추고 인간적인 관계를 중시하고 학생을 믿어주고 자율을 장려하는 유방 같은 선생님이 있다.

 

교육은 만남인데 우리들의 교실에서 항우 같은 교사와 유방같은 학생이 만난다면 유방같은 학생의 기질이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이유는 학생이 교사에게 미치는 영향보다는 교사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반면 유방 같은 교사에 항우같은 학생이 만난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유방같은 선생님의 인간적인 사랑과 관심, 믿음의 교육은 항우화 같은 학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고 머지않아 항우 같은 학생들도 내적인 면에서 유방과 같은 교사의 성격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영향을 줄 수 있는 쪽이 교사라는 것을 익히 안다면, 왜 우리의 학교에서 유방과 같은 교사, 항우와 같은 학생이 필요한지 굳이 부연하지 않아도 수긍이 될 것이다. 유방과 같은 교사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소명의식이며 그의 태도로는 겸허, 사랑, 개방성이 필요하다. 유방과 같은 정서에 항우와 같은 외모와 능력을 겸비한다면 이는 교사로서 최고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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