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교장선생님

 

우리가 교장 선생님을 떠올릴 때면 흔히 나이가 많다는 생각부터 한다. 희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노신사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교장이라는 보직은 수많은 세월의 시행착오와 과정을 거친 뒤에 오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 생각대로라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면에서 보면 사정이 좀 다를 수도 있다. 즉 20여년 점수 경쟁의 승리자가 교장, 교감의 자격연수를 받은 뒤, 교육청에 의해 임용되는 직업이라면 좀 문제가 달라질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우리와는 좀 다르다. 즉 교장 자격이 따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결원이 생길 경우 지역 교육위원회가 교장 모집공고를 낸다. 3~5년 정도의 교사경력만 있으면 평교사들도 응모가 가능하다. 학부모 대표, 교사 대표가 참가한 ‘지역교육위’ 심사위원회가 서류심사 구술심사를 통해 뽑는다. 특히 구술시험에서는 ‘갈등조정 능력’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학생부장과 교사가 갈등을 빚을 때 해결책을 제시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서 동료 교사와 학부모에게 교육적 열정과 능력을 인정받은 30대 교장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주마다 다양한데 대학교수 선발 과정과 비슷하게 해당 학교의 교사 대표로 구성된 교장 선출위원회가 교장 모집공고부터 선발까지 모두 책임진다. 따라서 교장은 행정처리 능력을 비롯하여 권위적이지 않고 독단적이지 않은 소양을 갖춰야 한다.

 

두 선진국의 예에서 보았듯이 선진국은 모든 교사에게 교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반면, 우리나라는 20여년의 경쟁을 통해 어렵게 지위를 얻는다. 지위획득의 방법은 다를지라도 학교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갈등 유발을 억제 조정하는 ‘갈등의 관리자’로서의 기능인데, 유능한 경영자일수록 교사나 학생들에게 갈등을 야기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다.

 

갈등이 없는 학교는 ‘죽은학교’이며 살아 숨 쉬고 생동하는 학교라면,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간에 갈등이 상존해서, 스스로가 갈등을 수용하고 때로는 갈등의 해결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학교장이 주인의식을 갖고 생활하는 집단 일수록 갈등이 많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구성원 간의 갈등, 외부환경과의 갈등을 상황에 적합하게 극복하는 ‘갈등 조정자’가 되어 학교를 잘 이끌어 가는 능력자가 되어야만 진정한 학교장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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