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왕관무게 견딜 힘없어… 태풍 지나도 정상화 시간 걸려

민주당 대선 2라운드 원하지만 자칫 위기 초래 할수도

 

왕관의 무게를 견딜 힘을 갖추지 못한 채 대통령이라는 불판 위에 올라 춤을 추는 꼴이다. 모든 난리의 근본 원인은 거기에 있다. 윤이 자신을 내려놓고 중심을 비운 뒤, 그 중심에 보수진영의 정수들을 모으고 거기서만 대장 노릇을 하겠다고 했으면 문제의 80%는 해결 가능했을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계속 하락하면,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국힘은 지금 섭섭함을 넘어 울분이 쌓여간다. 집권이라는 잔치는 벌어졌는데, 밥상이 차려지지 않는다. 검찰과 김건희와 대통령과 친한 이들만 신났다. 전대를 하게 되면 그나마 그 계기를 통해 당의 목소리를 높여 보겠지만, 계속 권성동 대행 체제로 가면 윤핵관 외에는 낙이 없다. 인사 부탁을 하려면 법무부 장관한테 전화해야 한다. 한동훈이 호락호락 여당 의원들 부탁을 들어줄 리 없다. 그러면 전부 장제원만 쳐다봐야 한다.

 

결국 내년 6월까지 대행 체제로 갈 수는 없고, 할 수 없이 전대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안철수가 엎어져 있다. 괜히 눈에 거슬렸다간 당 대표 못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대통령 편을 들 것인가, 차별화에 나설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게 되어 있다. 아마 안철수의 성정상 슬슬 새로운 대안, 새로운 정치를 부르짖을 공산이 크다.

 

그러다 덜컥 개헌론을 꺼내들 수도 있다. 국힘 내부에 안철수 외에 국힘 정통 세력 중에 유승민은 너무 상처를 많이 입었고, 오세훈과 홍준표가 밖에 나가 있고, 나경원 밖에는 없다. 나경원은 윤 편에 설 텐데, 그러면 안철수와 또 분열하게 된다. 이래저래 국힘의 앞길도 험난할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면, 국민의힘도 변화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윤대통령도 그렇지만 국민의힘도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기껏해야 직무대행체제를 비대위체제로 전환하는 정도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 싶어도 이준석 대표가 사퇴해주지 않는 한 어렵다. 이준석 대표로서는 사퇴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혹시 누군가 경찰수사 결과를 무혐의로 약속해준다면 모를까. 비대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해도 정국을 뒤흔들만한 카드도 잘 보이질 않는다. 윤대통령이 버티는 한, 비대위체제가 되어도 국민의힘은 강성 윤핵관들이 계속 주도권을 다잡아 나가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총선까지는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권성동 유일체제로 갈 것이다. 다만 이준석 대표에 대한 경찰의 충만한 수사 의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경찰 수사가 갑자기 급진전하며 이준석 대표가 성접대를 받았고 그동안 거짓말을 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준석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 장제원 의원 등 여러 사람이 희망하는 시나리오다.

 

국힘은 원래 힘센 사람이 있을 때는 쥐죽은 듯이 납작 엎드린다. 당의 주류인 TK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 후보로 뽑힌 다음에는 단 한번도 발목을 잡지 않았다. ‘찍히면 죽는다’는 걸 잘 안다. 비겁한게 아니라 원래 보수는 생존이 가치이자 목표다. 납작 엎드려서 뭘 하느냐면, 주류가 분열되기를 기다린다.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 주류에서 떨어져 나온 세력과 연합해서 판을 뒤집는다. 이게 보수의 역동성이다. 다음 당 대표 선출 때까지 물밑 움직임이 가속화 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위기는 민주당에게는 기회인가 위기인가?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덕분에 지방선거이후 내분 사태로 인한 하향국면을 벗어나는 듯싶다. 윤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은 상대적으로 이재명 의원을 부각시키면서 당대표 경선에서 보다 더 유리한 상황을 제공해 주는 것 같다. 민주당내 계파갈등도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그 강도와 정도가 분당사태까지 우려했던 때에 비해 점점 약해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의 지리멸렬함과 이재명 당대표 시대는 민주당에게 기회일 수도 있지만, 절대다수 야당으로 조기에 국정운영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는 위험부담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충돌은 윤석열 정부에게는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대선 2라운드처럼 연출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민주당은 8월 말 전대를 향해 달리느라 대단히 전투적이 될 것이다. 모든 후보가 경쟁적으로 윤 정권 공격에 매진한다. 언론은 친명 대 반명으로 구도를 긋고 팬덤 정치를 공격하고 이재명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지겠지만, 반명이 힘을 제대로 못 쓰는 조건이니 기사 거리가 딱딱 맞게 안 나와 줄 것이다. 반면 이재명은 신나게 윤을 공격한다. 전대가 끝나도 이르면 9월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 당 대표는 기정사실이고, 공천권을 의식한 의원들이 명 눈에 띄려고 열심히 국감을 할 것이다. 야당의 공세는 가열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공격해서 국정 지지도를 떨어뜨린 것도 아니고, 국정 지지도 하락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릴 상황도 아니다. 민주당은 이달 28일 대표 및 최고위원 예비경선, 8월 28일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를 한다. 다음달 28일까지 정치 뉴스를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 불가피하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8월 28일부터 정국에 다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가 선명하다. 이재명은 당권을 잡으면 당을 완전히 장악하려고 들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당이 잘 안 도와줬다는 생각도 강하고, 본인을 포함해서 사정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당을 본인의 친위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 사실 계양 출마나 당 대표 출마나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물러서면 바로 죽는다는 생각이 있다. 좀 무리하다 싶은 일도 강행할 것이다. 당내에서나 대여 대정부 투쟁에서나 전투 모드로 임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위기에 빠진 여당을 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국민들은 야당이 무리하게 발목을 잡고, 방탄국회를 한다고 생각하면 여당에게 힘을 실어줄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 수행 능력이 올라오기도 어렵고, 당장 여당에도 야당에도 딱히 희망을 걸기 어렵다 나오지 않는다면 정국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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