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우려가 우리 경제에 또다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상저하고’의 경기 흐름이 물 건너가고 ‘상저하저’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유국 연합체 OPE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연장하기로 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경제에는 직격탄이다. 감산 연장의 주요 이유는 중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다. 여기에 달러당 1330원을 웃도는 고환율이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반전된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부텍사스유(WTI)를 비롯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미국 월가 일각에선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내놓고 있다. 사우디는 연말까지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이어가기로 했고, 러시아는 하루 30만 배럴 수출 감축을 유지하기로 했다. 고유가는 최근 진정세를 보이던 인플레이션도 자극하고 있다. 안 그래도 추석을 앞두고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3%대로 치솟은 마당이다. 글로벌 물가상승률이 다시 반등하는 ‘2차 인플레이션 쇼
자유주의라 부를 수 있는 정치 사조가 태동한 건 18세기 후반의 일이다. 미국의 독립과 건국이나 프랑스혁명이 자유를 지상의 가치로 내세운 새로운 사상을 반영한 대표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일련의 자유주의 혁명, 운동이 추구하던 자유란 압제로부터의 자유였다. 압제란 전제 군주이기도 하고, 교황과 성직자의 기득권으로 대표되는 종교이기도 했었다. 유럽 근대국가 안에서는 신분제가 약화했고, 미국은 처음부터 헌법에 전제 군주를 용납하지 않는 국가를 지향한다고 천명했다. 경제적으로는 부르주아지 계급의 영향력이 커졌고, 정치적으로 신민 아닌 시민이 등장한다. 다만 이 당시 유럽과 미국에서 추구한 자유는 오늘날 기준에서 보면 매우 제한적이었다. 여성은 전제 군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시민의 범주 밖에 있었고, 군주 없이 평등한 사회를 꾸리겠다는 내용의 헌법을 쓴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다른 인종을 노예로 부리던 노예 소유주였다. 19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노동자 계급이 등장했는데, 자유주의는 노동자 계급을 끌어안는 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신 산업혁명으로 크게 불어난 자본의 이익을 위해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은 전 세계를 식민지로 만들었고, 기존의 전제 군주나
2020년 이후 가장 부유한 1%가 전 세계에서 새로 창출된 부의 2/3를 차지했다. 나머지 99%가 갖게 된 것의 두 배를 상위 1%가 독식했다는 뜻이다. 2022년 초에는 단 10명의 억만장자가 소유한 부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30억 명의 사람들이 가진 것의 여섯 배에 달했다. 미국에서는 상위 10%의 부유층이 모든 자산의 7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경악할 만한 통계지만, 이제는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불평등은 단순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분법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마저도 불평등에서 오는 불안을 널리 느낄 만큼 보편적인 문제다. 우리 모두 정도는 다르지만 미래에 대해 부담과 걱정,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잠재적인 위협에 맞서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며 근본적인 사회 공동체의 시스템이 변화되지 않으면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불안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안정을 얻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들, 즉 돈을 벌고 자산을 구입하고 학위를 따고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일들, 곧 우리가 갈구하는 안정은 다른이들의 불안정을 야기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만
일본 정부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주변국과 자국 어민들의 반대에도 이를 무시하며 방류를 강행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수소폭발이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건물에는 지하수 등이 스며들어 지금까지 약 134만t에 이르는 오염수가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설치된 1073기 물탱크에 보관해 왔다. 하지만, 원전 폐로 작업을 위한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2021년 4월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수증기로 만들어 대기 방출하거나 고체화해 지하에 매설하는 등 다른 대안도 있었으나, 전례도 있는 상황에 관찰이 비교적 쉽다는 이유를 들어 자국 어민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주변국에까지 피해를 주면서 해양 방출을 고집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해 한국 정부는 “계획상의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라며 방류를 사실상 용인하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는 다만 “실제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해 일본 측에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 오염수 방류를 실제로 방조하고 있는 것과 같은 셈으로
만약 눈에 잘 띄지 않는 어떤 요인이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혹은 세상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것만 따질 게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숨은 요인까지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면 세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우선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을 것이다. 불평등은 전지구적 자본주의 체제가 드리운 가장 어두운 그늘 가운데 하나이다. 너무 심한 불평등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동력을 떨어뜨리기도 하므로, 자본주의 체제를 신봉하는 사람들도 불평등을 문제로 생각한다. 이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갈수록 극심해지는 불평등은 세상 사람들이 다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껏 우리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수많은 정책과 대책은 주로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했다. 불평등을 측정하는 기준이자 지표가 소득이나 재산, 부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것들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어쩌면 훨씬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요인은 바로 시간일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이써 맥컬리(Esau McCaulley)는 불평등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눈에 잘 보이지
윤석열 대통령이 1박 4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20일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방미 기간 동안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3국 협력의 ‘새로운 시대’(NewEra)를 열었다고 선언했다. 3국은 공급망 연대와 미래 핵심 신기술 개발 등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뿐 아니라 미일 동맹(1951년), 한미 동맹(1953년)이라는 개별적 관계를 통해 작동하던 안보 협력의 틀을 다자간 포괄적 협력체로 확장함으로써 유례없는 강력한 경제·안보 블록을 형성하게 했다는 정부의 발표다. 하지만 이번 자유민주협의체 출범의 반작용으로 위기감을 느낀 북한·중국·러시아 간 군사협력이 가속화될 공산이 커졌다. 이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것은 물론 특히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중국의 견제와 압박을 완화할 전략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한일 관계는 과거사 문제 등에서 갈등의 불씨가 잠재돼 있다는 점은 국민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양보 외교를 대다수 국민은 반길 수만은 없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지금처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우리 국민들은 요즘처럼 ‘지도자의 부재’를 통감한 적이 없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정치 지도자들이 보여주고 이끄는 앞길이 참으로 어둡기만 하다. 대의는 사라지고 탐욕이 넘치는 세상, 사리사욕을 위해 책임도 부끄러움도 모른다. 그들은 잘 뭉치고 모사(模事)도 잘하며 그들만의 울타리를 만들고 또 그렇게 함께할 같은 사람들을 양육하여 뒤를 보장받는다. 마치 그렇게 사는 것이 그 반열에 함께할 수 있는 ‘성공’이라 후세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하긴 실제로도 그렇다. 큰 어른이 그리워진다.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진정한 지도자가 어는 꿈속에서라도 두둥- 하고 나타났으면 좋겠다.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백범 김구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文化)의 힘이다. 문화(文化)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언론이 연일 새만금 세계 잼버리의 부실한 준비를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발 빠른 대처를 해야 할 정부 여당과 이를 도와 성공적 잼버리를 만들어야 할 야도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파행으로 치닫고 있어 우리나라 국격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준비 미흡과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두고 여야가 서로를 향해 ‘책임론’을 외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준비 부족’이다. 국민의 힘은 전임 정부를,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를 향해 서로 같은 목소리로 비판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미 폭염이 예상됐고 문제가 예상되면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문제가 발생하니 (현 정부는) 남 탓을 하고 있다”고 여권을 비판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새만금 잼버리 유치가 확정된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라며 “자기들의 발등이 찍히는지도 모르면서 정부 비판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야는 이 같은 책임론으로 최근 며칠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신경전 이면에서 양당의 고민도 감지된다. 여야가 날 선 메시지 속에서 서로의 아킬레스건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경우 집권 16개월 이후 열린 행사
지난해 12월, 뉴욕에서는 ‘새로운 뉴욕’을 위한 패널을 통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상업용 건물의 높은 공실률과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 보고서에서 몇 가지 중요한 실천 계획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도시의 생성과정이나 구성 요소 자체, 그리고 도시 문화가 우리의 도시들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충분히 참고 볼 만하다. - 도시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는 과감히 버려라 가장 명백한 걸림돌은 1920년대 이래 일하는 곳과 사는 곳을 분리해 온 단일 용도지역제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단일 용도지역이 아닌 동네가 걸어 다니기 더 좋다. 용도제 개혁은 사회경제적 분리를 심화하지 않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유연한 용도 구분을 통해 도시를 통합하고, 모든 지역에 놀이의 힘을 전파하며, 오피스 공간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 - 건물 코어의 재활용 행정 규제가 없다 해도, 20세기 오피스 건물의 얄팍한 껍데기로부터 도시를 재건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현대의 오피스 건물은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이른바 ‘깊은 구조(deep plan)’를 갖고 있지만, 주거용 건물에는 환기와 채광을 위해 창문이 필요하다. 대규모 용도 전환을
건설·주택업계의 한숨 소리가 짙게 들려온다.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시행사·시공사·분양사 등 사업자들은 지난해보단 올해가, 올해보단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한다. 주택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통계는 이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특정 지역, 대형사 등에 국한된 내용일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오늘은 어디가 폐업할지,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도 언제 폐업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어서 걱정이 한가득하다. 중도금 집단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고전하던 지방의 일부 아파트 분양 단지들이 잇따라 협약은행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색으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아직도 적지 않은 단지들이 중도금을 내줄 은행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은 수주산업 특성상 원·하도급 관계로 여러 기업이 얽혀 있어 연쇄 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년째 중도금 대출 금융기관을 찾지 못했던 대구 수성구 파동 ‘수성레이크 우방아이유쉘’은 최근 중도금 대출 협약을 맺었다. 분양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 컨소시엄과 협약을 맺었다”라며 “금리는 7% 정도 수준이다
하버드의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2011년 베스트셀러 ‘도시의 승리’에서 도시를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 칭했다. 그의 도시 예찬은 인간이 모일수록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말하는 점에서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며 어떤 면에서는 자연에 대해 도시라는 인류 문명의 승리를 알린 것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20세기 도시의 물리적인 구조가 새로운 경제와 충돌하고 있다. 1920년대 이후 도시는 주거와 일, 오락의 구역을 구분해 왔다. 재택근무와 넷플릭스로 인해 이런 구분이 무의미해졌음에도 조각보 같은 도시 구획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의 편리함과 경쟁할 수 있는 활기찬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일 용도지역제의 시대를 끝내고 복합용도, 복합소득 지역을 만들어 도서관과 사무실, 영화관과 식료품점, 학교, 공원, 식당과 술집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 집 밖으로 나와 외출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느껴지도록 도시를 재편해야 하는 것이다. 한때 출퇴근 인파로 북적이던 거리를 되살리는 길은 기꺼이 머물며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로 그 공간을 채우는 것이다. 1980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정보 기술로 인
헌법재판소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심판에서 어제 재판관 9명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을 선고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이 발의를 주도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167일 만이다. 이날 결정으로 이 장관은 즉시 장관직에 복귀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참사 원인 등에 대한 발언은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발언으로 인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안전관리 행정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심판은 그러나 법조계 인사 상당수가 기각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 사실이었다.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있겠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할 때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가 “이 장관이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거나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