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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많은 아이들의 클럽 ‘꿈두리FC’ “아이들이 즐거운 게 우선입니다

 


[전남투데이 윤진성 기자]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꿈두리FC는 2019 KFA 시상식에서 화성FC, SMC엔지니어링 등과 함께 올해의 클럽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아산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의 아동들로 구성되어 있는 꿈두리FC가 올해의 클럽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을 ONSIDE가 따라가 봤다.

 

꿈두리FC는 충청남도 아산시에 있는 방축지역아동센터에 소속되어 있는 아마추어 팀이다. 이 아동센터에 다니고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꿈두리FC에 들어오기 전까지 축구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반 초등학교 학생들이었다. 2016년부터 꿈두리FC를 지도하고 있는 나성일 감독은 “처음엔 아동센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했는데 점차 참가하는 인원이 많아졌다. 그래서 센터에서 아산시축구협회로 지원 요청을 했고 협회에서 내게 팀을 맡아줄 것을 부탁해 현재까지 꿈두리FC를 이끌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KFA 1급 심판 자격증과 지도자 자격증을 모두 갖고 있는 나성일 감독은 과거 i-리그에서 심판으로 뛰면서 꿈두리FC를 여러 차례 접했다고 했다. “지역 i-리그에 심판으로 뛰면서 꿈두리FC 아이들을 처음 만났어요. 사실 이 아이들은 나올 때마다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에 익숙했죠. 그런데 경기에서 패배하더라도 축구장에 나올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행복해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 팀 참 특이하고 재미있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감독까지 하게 됐네요.”

 

정식으로 축구를 배워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축구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나성일 감독은 최진희 코치와 함께 많은 노력을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 각자가 개성이 워낙 강했기에 이들을 ‘한 팀’으로 뭉치는 일이 시급했다. 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 중 일부는 집안 사정이 좋지 못했고, 지역 특성상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도 꽤 있었다. 배경은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모두가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한 팀’이 될 가능성은 충분했다. 남은 건 노력이었다.

 

“융화가 잘 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융화가 잘 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이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마음을 열고 서로 배려하도록 인내하고 기다렸습니다. 경기를 하다가 실수가 나오면 간혹 안 좋은 말을 하고 서로 싸우는 경우도 잦았는데, 우선 그런 말을 하지 못하도록 했죠. 잘하면 더 잘했다고 칭찬하고 행동하도록 유도했어요. 실수를 한 아이들에게는 실수가 전혀 창피한 것이 아니며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죠.” - 나성일 감독

 

올해 5학년이 되는 이대규 학생도 꿈두리FC 활동을 통해 축구의 재미를 느끼게 된 케이스다. “2학년 때부터 꿈두리FC에서 뛰었어요. 이전에는 축구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꿈두리FC에서 뛰면서 축구가 재미있어지더라고요. 훈련이나 경기를 하다가 잘 안 되면 서로 싸우는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 때마다 감독님 덕분에 ‘서로 잘해보자’며 다독였습니다.”

 

현재 꿈두리FC에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약 서른 명의 선수가 소속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이 축구 이외에도 센터 내 다른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기에 모두가 제때 출석해 축구 수업을 받지는 않는다. i-리그에 참가할 때는 3, 4학년 선수 약 10명 정도, 5, 6학년 선수 약 8명 정도를 등록시킨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이들에게는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자 동기부여다.

 

 

i-리그뿐만이 아니다. 꿈두리FC는 2015년 KFA가 주관하는 행복나눔축구교실에 참가했으며 매 여름에 열리는 i-리그 여름축구축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나성일 감독은 “항상 대회에 나설 때마다 아이들에게 우리보다 더 잘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는 걸 이야기한다. 우리가 그 친구들과 경기를 해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발전 과정이기에 두려워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동기부여의 힘은 크다. 단순히 축구를 즐기는 걸 넘어서 목표가 잡히면 아이들은 스스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방축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몇몇 아이들이 축구를 잘하니까 리그나 대회에 나설 경우 다른 아이들에게도 저절로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축구를 통해 아이들이 마음을 많이 열었다. 처음엔 실점하면 서로 ‘너 때문이야’라며 싸우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이 없다. 감독님이 포지션도 정확히 나눠 역할을 부여해주고 제대로 축구를 가르치니 팀워크가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KFA가 주최, 주관하는 여러 행사와 대회에 참가하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꿈두리FC가 2019 KFA 시상식에서 올해의 클럽상을 받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나성일 감독은 “우리보다 더 훌륭하고 좋은 클럽들이 많은데 우리가 상을 받아서 참 죄송했다”면서도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올해도 열심히 하면 여름축구축제와 i-리그에 나갈 수 있냐고, 그리고 또 상을 받을 수 있냐고 묻더라”며 좋아했다.

 

이대규 학생도 “상을 받아서 좋았다. 아이들과 같이 좋아했다”며 “올해도 정말 잘해보고 싶다. 목표는 i-리그에서 해트트릭을 하는 것이다. 아직 해트트릭을 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꿈두리FC는 앞으로도 아이들의 큰 즐거움이 되는 게 목표다. 나성일 감독은 “아이들이 꿈두리FC에서 뛰면서 즐거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이 한시적으로 끝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오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 축구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다른 아동센터에도 (우리가 구축한 모델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큰 목표와 별개로 소박한 바람도 밝혔다. 나성일 감독은 “매번 여름축구축제에 나갈 때마다 1골 이상 넣고 1승을 거두고 오자고 아이들과 함께 다짐한다. 3, 4학년은 이미 이 목표를 이뤘지만 5, 6학년은 아직 1승을 못했다. 부상 선수 없이 올 한해 열심히 노력해 저도 아이들도 모두 즐겁게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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