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임은정 "5·18 때 항명은커녕 사표라도 던진 검사 있었나"

"그러고도 검사라는 이름을 감당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다고 할 수 있나, 한심하고 개탄스럽다"
"5.18 당시 이웃 경찰에는 위법한 명령을 명백히 거부한 사례가 없지 않고 심지어 파면되고, 고문까지 당하는데.."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 임은정 검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기를 맞은 1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내에 여러 떠오르는 단상을 전하며 소회를 밝혔다. / 임은정 페이스북 발췌

임 검사는 5.18에 때맞춰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듯 “5.18 때 사표를 던진 검사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이 5·18을 독재에 항거한 역사라며 자신이 민주화 투사라도 된 양 슬쩍 숟가락을 얹는 조선일보 등의 인터뷰 내용을 꼬집은 거로 풀이된다.

임 검사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경찰국장으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시민들을 지킨 안병하 치안감의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을 몇 주 전 다녀온 사실을 전하면서 자신을 반성하고 아울러 변하지 않는 검찰을 비판했다.

그는 "이웃 경찰에는 위법한 명령을 명백히 거부한 사례가 없지 않고 심지어 파면되고, 고문까지 당하는데, 검사들은 항명은커녕 사표 던진 사례도 잘 들어보지 못했으니 그러고도 검사라는 이름을 감당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다고 할 수 있나, 한심하고 개탄스럽기 그지없다”라고 했다.

임 검사는 고 안병하 치안감을 5.18 경찰의 영웅이라면서 "전남경찰국장으로 신군부의 지시를 거부하셨다가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시고, 쫓겨나셨다"라며 "공무원은 상사나 조직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해야 함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신 공직자의 사표라, 그 앞에 한동안 묵념을 하고 왔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소를 언급하며 "검찰이 소란스럽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임 검사는 김우연 반부패부장 등 고위간부들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 사건 당시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채용비리 수사단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던 일을 상기시켰다.

임 검사는 "2018년 5월 문무일 총장의 대검은 김우현 반부패부장 등의 기소를 막기 위해 독립적으로 수사하라던 종래 입장을 뒤집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에 수사지휘권을 갑자기 행사하기 시작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문무일 대검이) 가칭 '전문자문단'을 급조하여 그 자문단의 전문적인 자문 결과대검의 의도대로 검찰 고위간부들은 기소되지 않았다"라며 "울분에 찬 수사단 입장문 보도를 보고 검찰 내부망에 글도 올리고 문무일 총장에게 사퇴 권고 메일도 띄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임 검사는 당시 문무일 총장에게 자신이 띄운 메일을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임은정 페이스북에서 /  "검찰의 이런 추문이 하루이틀된 일이 아닙니다만,아직도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슬픈 일입니다.  총장님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518 명예훼손 사건 처리를 지연시킨 것을 알고 있습니다.

참 정치적이구나, 검사다웁지 못하다.. 생각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검찰의 여전함에 마음이 아렸습니다,  총장님이 어떤 말씀을 하셔도, 누가 총장님의 말을 믿겠습니까?

나라와 검찰과 총장님의 명예를 위해,  총장님의 결단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숙고해 주십시오"

임 검사는 "(문무일 총장이) 사퇴하리라고 기대하고 쓴 메일은 아니었다"라며 "대검 대변인실과의 조율 없는 수사단의 보도자료에 검찰총장이 격노했다고 하니 기자회견 건으로 문제 된 안미현 검사와 수사단의 안위가 걱정되어 검찰총장에게 띄운 항의메일이니까요"라고 짚었다.

이어 "안병하 치안감님 앞에, 또한,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5·18 영령들 앞에 한참을 묵념하며"라며 "나라면, 그때 어떤 선택을 하였을지, 그리고, 지금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하는지를 곱씹으며 다짐하고 돌아왔다"라고 했다.

끝으로 임 검사는 "고귀한 희생과 헌신으로 지켜낸 이 땅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후예로 그 삶들을 흉내내어 보겠다"라고 다짐했다.

 

'발포명령 거부' 안병하·이준규..5·18 시민 지킨 '경찰 

 

 

한편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시민들을 지킨 ‘경찰영웅’들을 추모하는 자리가 18일 마련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전남 무안군 전남경찰청사 앞 안병하공원에서 ‘5·18 순직경찰 추도식’이 개최됐다. 이날 추도식은 고 안병하 치안감, 이준규 경무관, 정충길 경사, 이세홍·박기웅·강정웅 경장의 희생정신을 되새기는 자리다.

안병하 치안감은 5·18 당시 전남도경찰국장으로 재직하며 시민에 대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시위진압 경찰관의 무기사용 및 과잉진압을 금지시켜 시민을 보호했다. 그러나 지시 불복을 이유로 같은 해 5월26일 보안사령부로 연행돼 모진 고문을 받은 뒤 면직 처리됐고, 후유증으로 투병하던 중 1988년 세상을 떠났다. 2017년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특진 추서됐고, 2019년 자신이 몸담았던 전남경찰청 앞에 안병하공원이 만들어지는 등 뒤늦게나마 명예가 회복됐다.

5·18 당시 전남 목포경찰서장이었던 이준규 경무관은 신군부에 저항하는 시위대 120여명이 총기와 각목 등을 들고 경찰서에 들어왔을 때 무력 대응하지 않고 병력을 철수시켰다. 시민들에게 발포하지 말라고 구내방송을 하고 무기를 반환하도록 시민 세력을 설득해 충돌을 피했다. 하지만 그 역시 모진 고문을 받았고, 건강 악화로 투병하다 1985년 끝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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