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에게 많은 인생 공부를 시켜준 이름 “보훈섬김이”

  • 등록 2018.08.31 1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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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동부보훈지청 보상과보훈섬김이 소 복 자

 


‘보훈섬김이’란 직책을 얻기 위해 지청문을 들어섰던 때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세월의 무게를 느낄 만큼 시간이 흘렀다.

 

두려움과 기대로 시작했던 일. 그 전에 소속된 곳에서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며 그들을 도와주는 일을 많이 했었지만 보훈섬김이란 일을 통해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자의였던 타의였던 젊은 시절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국가유공자분들과 남편을 먼저 보내야 했던 미망인, 어려운 형편에 처한 남편, 아버지를 섬기며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보훈가족들을 만나면서 이 일이 아니면 만날 수 없었던 그분들의 힘겨운 삶의 여정과 애환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분들과 마음을 나누며 함께 하는 시간들이 내 삶의 한 부분을 풍성하게 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함에 감사하다.

 

많은 시간을 어르신들과 함께 했기에 또한 많은 일들도 겪게 되었다. “집에 돈 백만원이 있었는데 자네가 왔다 간 뒤에 보니 그 돈이 없어졌다”고 다급하게 전화하셔서 빨리 와서 돈 찾아 내라고 호통 치심에 놀라 황당함으로 가서 사정을 말씀드렸지만 그래도 납득하지 못하시고 의심의 눈초리로 노려보시던 어르신이 뒷날 전화로 아들이 그 돈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았다며 미안하게 됐네 하시며 겸연쩍어 하시던 어르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시간도 모르시고 무조건 빨리만 오라고 재촉하시던 어르신, 급히 처리해야할 일이 생겼지만 글씨를 몰라 안절부절 하고 계실 때 안심시키고 일을 처리해 드렸지만 그래도 만족하지 못하시고 서운해 하시던 어르신, 갑자기 아플 때 자식에게보다 먼저 전화하시니 모든 일 뒤로하고 달려 갔던 일, 여러 가지 일들로 그분들의 손과 발이 되어 드리고 한끼라도 따뜻하고 맛있는 반찬을 드시게 하고 싶은 마음에 일주일에 한 번씩 반찬 봉사를 했던 일, 함께 했던 시간이 많은 만큼 힘든 추억도 있었지만 행복한 추억이 더 많은 이 일을 통해 이후의 모든 삶이 남을 더 이해하게 되고 배려하게 되고 돕고자 하는 마음이 많이 향상될 것 같은 희망의 생각이 든다. 또한 어르신들을 공손하게 대하며 누구에게나 먼저 인사하며 다가 갈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를 가진 습관이 생겨서 너무 감사하다.

 

나의 삶을 풍성하게 해 준 ‘보훈섬김이’란 이름, 이 이름으로 대하는 모든 어르신들의 삶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그분들이 사는 날 동안 고생하신 것에 대해 보상해 주는 나라에 감사하며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며 사셨으면 좋겠다.

 

나 또한 이 일을 마치는 날까지 어르신들 마음도, 몸도 살피고 좋은 일 궂은 일 함께 하면서 자녀들의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도록 위로와 힘이 되는 존재가 되길 소망해 본다.

윤진성기동취재본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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