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탁상훈 기자 | 8월 소비자물가가 폭염·폭우 등 영향으로 3.4%를 기록하며 다시 상승폭이 커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올해 4월 3.7%를 기록한 뒤로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부터 둔화하다가 7월에 2.3%로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석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은 1년 전보다 5.4% 올라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p) 끌어올렸다. 주요 성수품인 사과(30.5%)를 비롯해 복숭아(23.8%), 고구마(22.0%), 고등어(9.7%), 고춧가루(9.3%) 등이 올랐다.
석유류는 11.0% 하락했다. 7월까지 계속된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전달(-25.9%)보다 하락 폭이 축소됐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9% 상승했다. 올해 3월(4.4%) 이후 최대 폭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각각 3.9%, 3.3%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8월 소비자물가에 3.4% 상승한 것에 대해 “8월 경제전망 당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최근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상승 폭이 다소 커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에도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며 “하지만 10월 이후에는 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산물가격도 계절적으로 안정되면서 4분기 중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박창현 한은 물가동향팀장은 “8월 상승률(3.4%)과 7월(2.3%)의 차이 1.1%포인트(p)를 분석해보면, 거의 절반이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작년 상반기에 국제유가가 크게 올라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떨어졌지만, 지난해 8월에는 석유류 가격이 급락하면서 올해 8월 반대 방향의 기저효과로 다시 올라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물가상승률 확대폭에 대한 기여도의 나머지 절반은 태풍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오른 농산물 가격 등이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작년 9월에도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만큼 올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월과 비슷하거나 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4분기 이후에는 수요 측 압력이 둔화하면서 개인서비스 상승 모멘텀(동력·동인)도 약해지고, 작년 4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