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조건적인 애국심을 호소하고 강요하는 시대가 저물고 전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와 역량을 가지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세계시민’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서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다른 나라와 교류를 시도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서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학생들이 참여하는 국제 교류나 해외 봉사 프로그램의 다수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방문해서 이루어져야 함을 전제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국제 교류가 추진되고 있는 방향은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비판적인 의견 또한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라남도국제교육원은 해외 방문 일변도의 국제 교류 추진에 변화를 주고자 다른 나라의 학생들을 전라남도로 초청을 하여 우리 전라남도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보여 줄 수 있는 계기를 ‘2018. 전라남도 H.E.A.L. 포럼’을 통해 가졌다. ‘H.E.A.L. 포럼’은 전라남도와 해외 초청 국가의 청소년들이 세계시민으로서 역량을 함양하고 장차 지구촌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H.E.A.L. 포럼’이라는 명칭은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인 ‘문화유산(Heritage), 환경(Environment), ASEAN Cultures(아세안 문화), Languages(언어)’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의 앞 철자를 모아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파생된 영어 단어 ‘Heal’은 ‘치료하다, 치유하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서 앞에서 언급한 미래 지구촌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는 탁월한 역량을 갖춘 리더를 양성한다는 ‘H.E.A.L. 포럼’ 의 취지를 잘 나타내 준다.
‘H.E.A.L. 포럼’은 미국, 중국, 일본 등의 국가와 주로 진행이 되는 여타 국제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과 달리 우리나라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고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ASEAN(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에 소속된 국가의 청소년들을 초청해서 전라남도의 청소년들과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H.E.A.L. 포럼’ 운영의 원년이 된 올해 ‘말레이시아’의 중학생 22명을 초청하여 전라남도 22개 시군에서 선발된 중학생 22명과 함께 다양한 활동과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줌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전라남도국제교육원의 파견교사로서 지난 11월 11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2018. 전라남도 H.E.A.L. 포럼’이 진행되는 전반적인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크게 두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먼저 우리는 그 소중함을 모르고 쉽게 지나치지만 우리가 근무하는 전라남도의 학교 교육 현장, 유구한 역사가 숨 쉬고 있는 전라남도의 문화유산, 전라남도의 쾌적한 날씨, 우리들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생활공간 등 이 모든 것이 다른 나라 학생들에게는 의미 있는 배움의 터전이었고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소중한 것들임을 절실히 느꼈다.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방문 국가에서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를 방문하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미덕이 되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의 가치와 의미를 알고 이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소개해 주는 것이 그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지금까지 간과해 왔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진행된 ‘H.E.A.L. 포럼’을 통해 이상적인 국제 청소년 교류가 이루어지는 과정 그 자체가 우리 전라남도 학생들을 하여금 더 이상 영어가 학습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임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해 주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기회가 된다는 것을 상기할 수 있었다.
‘H.E.A.L. 포럼’을 기획할 때부터 비록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프로그램은 영어로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하였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H.E.A.L. 포럼’은 전라남도국제교육원에 상주하는 영어 원어민 선생님들의 참여는 배재하고 우리나라 선생님들로만 ‘H.E.A.L. 포럼’을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우리나라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확인하고 국제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된 값진 경험을 고스란히 축적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영어가 거의 모국어 수준인 말레이시아 학생들과 달리 전라남도의 학생들은 영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H.E.A.L. 포럼’의 세부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 전라남도 학생들의 부족한 영어 실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H.E.A.L. 포럼’이 마무리 될 때쯤 전라남도 학생들 스스로가 영어에 민감해 지고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영어로 전달하는 성취감을 느끼는 발전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초 ‘H.E.A.L. 포럼’이 기획되었을 때 현재 ASEAN에 소속된 10여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청소년들을 매년 전라남도에 초청함으로써 전라남도의 청소년들과 향후 10년 동안 교류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장기적인 ‘H.E.A.L. 포럼’의 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H.E.A.L. 포럼’ 지금까지 사라진 수많은 일회성 프로그램들처럼 사장될 것이고 ‘2018. 전라남도 H.E.A.L. 포럼’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소중한 경험과 노하우는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부디 ‘H.E.A.L. 포럼’의 향배가 그렇게 안타까운 상황으로 귀결되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그 대신 ‘H.E.A.L. 포럼’이 우리가 사랑하는 전라남도를 다른 나라 청소년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전라남도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로 하여금 전라남도와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전라남도를 아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국제 청소년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