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잘 파놓은 우물 하나, 7개 마을주민이 덕 봐

  • 등록 2024.09.22 17:50:03
크게보기

영암군 서호면 유태경 이장단장, 4년째 관정 무료 개방…농업용수 등으로 각광

 

전남투데이 박상훈 기자 | 영암군 서호면 엄길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전태영 씨는, 최근 기록적 폭염에도 농업용수 걱정이 크지 않다. 무더위에도 깨끗한 물을 비교적 손쉽게 얻을 수 있어서다.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19일 낮도 마찬가지. 기온이 오르자 전 씨는 커다란 물통이 실린 1톤 트럭을 몰고 집을 나섰다.

 

인근 효성마을의 관정에서 한 번에 20분 정도 물을 받아 콩, 옥수수 등을 재배하는 1ha 밭에 서너 차례 뿌렸다. 시들하던 작물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탱탱하게 살아났다.

 

4년 전부터 이곳의 물을 이용하는 전 씨는, “주로 7~9월에 많이 이용한다. 농사를 짓다 보면 깨끗한 물이 필요할 때가 많은데, 이 관정 물이 딱 적당하다. 요즘은 하루에 4~8톤을 길어가는데, 이 우물이 생긴 뒤로는 폭염에도 물 걱정 없이 농사짓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정은 유태경 서호면 이장단장의 소유지만, 전 씨의 경우처럼 가까운 7개 마을주민이 함께 쓰고 있다. 유 단장은 가뭄이 심했던 2020년 전라남도와 영암군의 지원을 받아 자신이 살고 있는 효성마을에 3마력짜리 지하수 관정을 개발했다.

 

그는 “과거 다른 곳의 관정을 이용할 때 눈치를 보고, 허락을 받아야 했다. 이런 불편 없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관정을 계획할 당시부터 개방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유 단장의 바람대로 관정의 물은 다양한 사람들이 알뜰살뜰하게 쓰고 있다. 특히, 농번기에는 농업용수로, 봄과 가을에는 가로수·화단 정비와 산불 진화용 소화수로 여러 마을주민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유 단장은 “많은 사람들이 불편 없이 농업용수로 이용하니 기쁘고 보람도 된다. 이용하는 분들이 자기 것처럼 깨끗이 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영암군은 유 단장의 물 나눔을 돕기 위해 관정 주위에 무더위쉼터를 설치했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가뭄 해결을 위해 설치한 관정의 물 나눔이 옛 마을공동체의 상부상조하던 미담을 재현하고 있다. 다른 영암의 관정들도 유 단장님의 우물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개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4년 8월 현재 영암군의 관정은 총 3,270개다. 영암군은 과수·채소 등 원예특작 농가에 보조사업으로 관정 설치비의 50%를 지원해 주고 있다.

박상훈 기자 jntoday@naver.com
Copyright @전남투데이 Corp. All rights reserved.


(유)전남투데이 | 등록번호 : 일반 일간신문, 광주, 가 00072 / 인터넷신문, 광주, 아 00397 | 등록일 : 2013-04-04 | 발행일자 : 2019-09-06 | 발행인: 조남재 | 편집인: 박영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영호 | 연락처 Tel: 062)522-0013 | 메일 jntoday@naver.com | 광고구독후원계좌 : 농협 351-1207-6029-83 | 주소 (우)61214 [본사] 광주광역시 서구 군분2로 54, 금호월드오피스텔 1401호 전남투데이 © www.jntoday.co.kr All rights reserved. 전남투데이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