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트럼프 리스크 위기에 몰린 한국 정부 발 빠른 대처 필요해

  • 등록 2024.11.11 15: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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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돌아왔다. 세계 안보·경제에 비상이 걸려 있다. 그는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내년 1월 20일 시작하는 트럼프 시대를 앞두고 정부가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을 시작했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동안 언급했던 10~20%의 보편 관세나 ‘한국은 머니 머신, 핵을 가진 상대(김정은 위원장)와 잘 지내야!’ 등의 언급은 한국의 안보 부담을 키우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북 정책의 원칙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들이다. 미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백악관은 물론 상·하 양원까지 장악했다. 트럼프가 앞장서면 의회가 뒷받침할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한국은 전방위적으로 미국과 얽혀 있다. 


안보 분야에선 당장 방위비 재협상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026~2030년에 적용할 방위비 분담 협상을 속전속결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후보 시절 재협상을 시사했다. 미·북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예측불허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내년 1월 취임한 뒤 바로 평양을 방문해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가장 큰 영향이 우려되는 경제 분야에선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금융·통상·산업 3대 분야의 회의체를 즉시 가동하기로 했고, 안보 분야에서도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경제 분야에선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교역 불균형에 불만을 드러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했다. 선제적으로 불만을 다독이려면 가스·원유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한편 한국이 지난해 세계 1위 대미 투자국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주도할 글로벌 관세전쟁, 칩스법 등에 따른 보조금 지급 철회 움직임도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트럼프 2기’ 경제·안보에 트럼프의 쓰나미가 급속도로 밀려오고 있다. 트럼프는 ‘가치 외교’를 내세워 동맹국들을 끌어모았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눈앞에 보이는 자국의 이익에 집착하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전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대차그룹이 7조 원 이상 투자한 미국 전기차 신공장 미터 플랜트의 세액공제 혜택이 최종 무산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미 연방정부가 현대차의 4800억 원 세액공제 요청을 거부한 셈이다. 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은 고율 관세 폭탄과 각종 보조금 축소를 전면에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무방비 상태로 직면하게 됐다. 경제 문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약 222억~448억 달러(약 31조~62조 원)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대체수요에 대한 대응이나 수출 전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29~0.67%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 대통령은 “이른 시일 안에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서 친교와 대화를 할 시간을 잡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 정부의 위기 돌파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트럼프 2기 출범 전 윤 대통령과 트럼프 간 회동을 기필코 성사시켜 우리 측 입장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게 급선무다. 북핵 문제와 방위비 분담금 등 주요 사안마다 정교한 대책을 준비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트럼프의 ‘동맹을 경시하고 잇속만 챙겨가려는’ 미국 행정부 출범까지 시간이 길지 않다. 또한, 트럼프가 북·미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ICBM의 폐기와 경제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직거래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는 것도 풀어야 할 쉽지 않은 과제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핵무장을 하게 되면 일본과 대만도 핵무장을 하게 될 것이고 동북아안보와 글로벌 안보가 더 위협에 빠질 수 있다”고도 했다. 굳이 독자 핵무장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 협상력을 약화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트럼프조차 과거 한·일이 자국 방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핵무장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하지 않았던가 이제는 외교·안보 전략을 새로 짜고 협상 카드도 준비해야 할 때다.


누가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정책을 좌우하든 한-미 동맹의 현재와 미래에 큰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민주주의 연합에 의한 가치동맹’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외교적 성과로 자랑해오던 확장억제, 통합 억제 강화의 지속 여부도 확실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대북 위협인식과 대중 위협인식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서 한·미 억제전략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강도와 빈도는 물론 전략무기의 전진 배치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2기가 한국 정부에 커다란 압박으로 다가오리라는 사실이다. 이전과 같은 충성 일변도의 정책은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미국에 대한 항의, 심지어 이탈까지 고려할 수 있는 결기와 지혜가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현 정부는 정치권에 협조를 구하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국익 차원에서 힘을 보태 달라고 설득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대중 육성 회고록’에서 “다른 것은 잘못하면 고칠 수 있지만, 외교를 잘못하면 나라가 망하고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정권 교체기는 민감한 시기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 당면한 시점에 정부와 여야가 강 대 강 대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국익을 지키는 안보·경제 외교에 정부,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조은별 기자 eunbyulzz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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