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구란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어날 때 대피할 수 있도록 마련된 출입구를 뜻한다. 평상시 엘리베이터가 주요 이동수단이기 때문에 비상구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비상시 그 기능의 중요성은 매우 커진다.
지난 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 희생된 사망자 29명 중 20명은 2층 여자 사우나에서 발견됐다. 목욕물품 수납장으로 가려지고 폐쇄된 비상구로 인해 피난이 어려워 더 많은 인명피해를 낳게 된 것이다.
반면, 3층 남자 사우나에 있던 이용객들은 비상구를 통해 탈출에 성공해 대부분 목숨을 건졌다. 이처럼 삶과 죽음을 가른 것은 바로 비상구다. 이 참사를 통해 비상구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소방서에서는 다중이용업소의 비상구 등 안전관리 실태를 정기 또는 불시 점검하고 있으며 건물주나 관계자들에게 각종 안전 관련 홍보ㆍ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불시 단속에도 위반사항이 적발되는 건수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이에 전라남도에서는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 포상제’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신고 유도, 비상구 확보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확산시켜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전남도민으로서 비상구 폐쇄 등 소방시설에 대한 불법 행위를 목격한 경우에 현장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증빙자료를 갖고 가까운 소방서를 방문하거나 우편, 팩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고할 수 있다.
관할 소방서가 해당 업소를 현장 확인 후 신고내용이 위법으로 확인되면 위반자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신고자에게는 1회 포상금 5만원(현금 또는 온누리 상품권)이 지급된다. 1인 월 50만원, 연 300만원 이내로 제한한다.
신고 대상 불법행위는 영업 중인 다중이용업소, 대규모점포, 운수시설, 숙박시설 등에 설치된 출입구와 비상구를 폐쇄 또는 차단하거나 장애물을 설치해 피난에 지장을 주는 행위 그리고 소방펌프, 화재수신반 등을 고장상태로 방치하는 행위 등이다.
‘비상구 신고 포상제’라는 하나의 제도가 단순 신고제가 아닌 우리의 비양심을 신고하는 제도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상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안전의식일 것이다.
일상 속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든다. 누군가 바꾸는 게 아니라 내가 바꾸는 것이고 우리가 바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