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여인백 기자 |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1.75%로 올리면서 기준금리 2%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한 상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소득이 적은 20·30세대와 취약차주들이다. 이미 소득의 상당 부분을 빚 갚는데 할애하는 취약차주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은 생계를 옭아맬 수밖에 없다.
변동금리를 택한 차주들이 높은 만큼 이들이 보내게 될 ‘불면의 밤’은 갈수록 길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달 연 1.50%로 올렸던 기준금리를 한 달 만에 1.75%로 인상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수개월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라고 말했다.
연말 기준금리 2.25~2.50% 전망에 대한 질문에도 “물가 수준이 예상보다 많이 올라갔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이를 미루어볼 때 올해 남은 네 차례 금통위에서 2~3차례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효과는 시장에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금융채 금리는 25일 3.397%에서 금통위가 열린 26일 3.420%까지 올랐다.
중장년 세대보다 소득이 낮은 2030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20대 이하의 은행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28.9%, 30대는 33%로 집계됐다. 전체 은행에서 DSR 40%를 초과하는 계좌 중 청년층의 비중은 32%로 40대(28.3%) 와 50대(22.6%)를 넘어선 상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타격이 불 보듯 뻔한 만큼 정책적 과제도 이에 초점이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최근 취약계층과 만나 ‘금융지원 3종 패키지’가 담긴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하루빨리 집행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득이 낮거나, 빚이 많은 취약차주일수록 인상에 따른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표본 자료를 활용해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분포 변화를 살펴본 결과 전체 대출자 가운데 9.8%는 대출잔액이 연 소득 5배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금리 비중이 압도적인 만큼 금리 인상에 따른 부메랑은 차주에게 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752조7000억 원이며 이 중 77%가 변동금리 대출로 조사됐다.
박춘성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전례없이 누적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차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라며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이 실물 부분 부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정책과제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30일부터 정기예금 및 적립식 예금 36종의 금리를 최대 0.4%포인트(p) 인상한다고 27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