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여인백 기자 |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화상 면담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이후 백악관을 떠나는 최태원 SK 그룹 회장에게 먼발치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오후 2시(현지시간) 최태원 SK 회장과 화상 면담을 갖고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대해 논의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최 회장과 갖는 화상 면담에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배석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면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행정부의 제조업 정책과 미국 내 고임금 일자리 창출, 기후 위기 대응 기술 개발, 투자처로서의 미국 장점을 최 회장에게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이 이번 면담 과정에서 새로운 미국 내 투자계획을 밝혔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면담은 미국이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법안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동시에 미국 내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SK는 미 행정부가 자국 내 유치를 희망하는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 분야의 강자다. SK그룹의 배터리 제조 사인SK온은 미국 자동차업체인 포드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배터리 생산 시설을 짓기로 이미 결정한 상태다.
이 시설은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최 회장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애초 직접 면담이 추진됐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중이라 화상 면담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대통령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오늘 백악관에서SK그룹 회장과 만났다”며 창가에서 정원에 있는 최 회장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드는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SK그룹은 미국에서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우리의 공급망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글을 함께 게시했다.
이어 “오늘 면담은 화상으로 진행됐지만 나는 멀리서라도 인사할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적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의 나이로 돌파감염에 노출된데다 상당한 증상을 앓은 것으로 알려진 바이든 대통령이지만 화상으로라도 최 회장을 만나기를 원했다. 유일한 슈퍼파워 미국 대통령이 SK그룹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현장에서는 일자리와 선거를 두 가지 키워드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 경제상황이 투표권, 생계비 등과 함께 최대 이슈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직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행정부의 마음을 급하게 한다. 한국기업을 통한 핵심전략물자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놓치기 힘든 카드다. 재계는 최 회장이 이번 면담을 통해 미국 내에서 추가로 투자계획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교감하는 게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해 평택 반도체공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고,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도 따로 만났지만 최 회장과는 첫 만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