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이 된 행정…해남군은 불법 자릿세의 설계자였나?

 

전남투데이 최영남 기자 | 계곡은 누구의 것인가?

 

대한민국의 계곡은 국민 모두의 것이다. 특정 마을도, 특정 단체도, 행정기관도 사유화할 수 없는 공공의 자연이다. 그런데 해남군 현산면 구수골 계곡에서는 10년이 넘도록 평상 이용료라는 이름의 '불법 자릿세'가 관행처럼 이어졌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불법의 시작과 과정에 해남군 행정이 깊숙이 얽혀 있었다는 점이다.

 

불법 시설을 단속해야 할 군청이 오히려 평상과 정자를 설치해 주었고, 그 시설에서 주민들이 자릿세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오랜 기간 유지됐다. 산지전용허가 등 필수적인 행정 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군민들은 묻고 있다.

 

과연 해남군은 불법을 막아야 할 행정기관이었는가? 아니면 결과적으로 불법 자릿세 구조를 가능하게 만든 행정이었는가?

 

이재명 대통령이 계곡 불법 자릿세 근절을 지시한 이유는 단순히 몇 개의 평상을 철거하라는 것이 아니다. 공공자산을 사유화하고, 법보다 관행이 앞섰던 행정의 고질적 병폐를 뿌리 뽑으라는 뜻이다.

 

하지만 해남군의 대응은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당시 담당자들이 산림욕장으로 편입된 것으로 생각했을 것 같다." 이 한마디는 해명이 아니라 책임 회피로 들린다.

 

행정은 추측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 법과 절차, 책임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일반 주민이 "몰랐다", "그렇게 생각했다"고 주장하면 법은 결코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그런데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이 같은 논리를 내세운다면, 법의 권위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더 우려스러운 것은 사후 대책이다. 불법 시설을 산림욕장 부지에 편입해 정리하겠다는 계획은 위법 상태를 해소하는 방안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거의 책임까지 사라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절차를 생략한 이유, 누가 결정했고 누가 승인했는지, 왜 10년 넘게 방치됐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이 먼저다.

 

행정은 지금 주민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상황이 아니다. 주민들이 자릿세를 받은 책임은 따로 따져야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행정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명확히 밝히는 것이 공정한 순서다.

 

평상을 설치한 것은 누구인가?

행정 절차를 누락한 것은 누구인가?

예산 집행을 승인한 것은 누구인가?

수년간 자릿세 운영을 알고도 사실상 방치한 것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주민들만 불법의 당사자로 세운다면, 행정은 책임기관이 아니라 책임 회피 기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안은 계곡의 평상 몇 개를 치우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군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법을 지켜야 할 행정이 스스로 법을 어겼다는 의혹 때문이다.

 

공직자의 가장 큰 의무는 법을 집행하는 것이지, 법을 편의에 따라 해석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해남군은 이제라도 변명이 아니라 진실을 내놓아야 한다. 감사와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당시의 의사결정 과정, 행정 절차 누락 경위, 책임 소재를 군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공직사회의 최소한의 도리다.

 

행정이 불법을 방치하면 직무 유기라는 비판을 받는다.

 

행정이 불법의 토대를 만들었다면 그 책임은 더욱 무겁다.

법 위에 행정은 없다.

 

현산면 구수골 계곡에서 군민이 보고 싶은 것은 뒤늦은 변명이 아니라, 법 앞에 가장 먼저 책임지는 해남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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