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이 만든 불법, 주민에게 뒤집어씌울 것인가?

 

전남투데이 최영남 기자 | 법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주민이 법을 어기면 단속하고 처벌한다. 그런데 행정이 법을 어겼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변명으로 넘어갈 것인가? 아니면 책임을 물을 것인가?

 

해남군 현산면 구수골 계곡에서 드러난 불법 자릿세 논란은 평상 몇 개의 문제가 아니다. ‘법을 집행해야 할 행정이 과연 법을 지켰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국 계곡의 불법 시설물과 불법 자릿세를 뿌리 뽑으라고 지시한 이유는 명확하다.

 

공공의 자연을 사유화한 고질적인 적폐를 끝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남군에서 드러난 모습은 충격적이다.

 

불법을 막아야 할 군청이 오히려 불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 내용대로라면 평상과 정자를 설치한 것도 행정이고, 그 시설에서 수년 동안 자릿세가 오가는 현실을 방치한 것도 행정이다. 더욱이 설치 과정에서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미숙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행정 스스로 법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돌아온 답변은 "당시 담당자들이 산림욕장으로 편입된 것으로 생각했을 것 같다"는 취지의 해명이었다...

 

대한민국 행정이 책임을 설명하는 방식이 고작 이것이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법인 줄 몰랐다"고 말하면 법은 용서하지 않는다. 그런데 법을 가장 잘 알아야 할 행정기관은 "그렇게 생각했다"는 추정으로 수년간의 행정을 설명하려 한다. 이것이 과연 책임행정인가?

 

행정이 기억에 의존하고, 추측으로 책임을 대신하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법을 밀어낸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더 우려스러운 것은 사후 대응이다. 불법 논란이 불거지자 이제 와서 산림욕장 부지에 편입해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발상은, 자칫 과거의 절차상 문제를 덮으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

 

현재의 위법 상태를 해소하는 행정조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과거의 책임까지 지워주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불법은 시간이 지난다고 합법이 되지 않는다. 행정이 먼저 법을 어기고 나중에 제도를 맞추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 순간 법치는 무너진다.

 

그 피해는 결국 성실하게 법을 지켜온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더 이상 주민들에게만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자릿세를 받은 책임은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규명해야 할 것은 행정의 책임이다.

누가 설치를 결정했는가?

누가 예산을 승인했는가?

누가 법적 절차를 생략했는가?

누가 오랜 기간 이 상황을 알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주민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면, 행정은 법의 집행자가 아니라 책임의 회피자가 될 뿐이다.

 

공직자는 법 위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누구보다 먼저 법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다.

 

행정의 권한은 법을 지키라고 국민에게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 스스로 법을 가장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에서 나온다.

 

법을 어긴 주민은 단속하고, 법을 어긴 행정은 변명으로 넘어간다면 그것은 법치가 아니라 특권이다.

 

해남군은 지금이라도 변명을 멈춰야 한다. 당시의 의사결정 과정과 예산 집행, 인허가 절차, 관리·감독 경위를 군민 앞에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외부 감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이 확인된 공직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계곡의 평상이나 자릿세가 아니다.

 

군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법을 지켜야 할 군청이 법보다 관행을 앞세웠다는 의혹 때문이다.

 

행정은 법의 심판자가 아니다. 법 아래 있는 조직이다.

 

그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군민의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

 

해남군이 진정 회복해야 할 것은 계곡의 풍경이 아니라, 무너진 행정의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는 책임 있는 진상규명과 분명한 책임에서만 다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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