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이 준 권한, 사유화하는 순간 지방자치는 무너진다

 

전남투데이 최영남 기자 | 지방자치는 권력을 나누기 위해 존재한다.

 

군수는 행정을 책임지고, 의회는 이를 감시하며, 공직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일한다. 어느 한 축이라도 자신의 권한을 사유화하는 순간 지방자치는 견제와 균형을 잃고 권력 놀음으로 전락한다.

 

최근 곡성군의회와 통합특별시 시·군·구에서 드러난 모습은 통합특별시민들에게 깊은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지역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통합특별시민을 위한 행정보다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먼저 보인다는 점이다.

 

민선 9기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곡성군의회 일부 의원들이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공무원들에게 전화와 구두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절차를 확인하는 공무원에게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군의원의 자료 요구는 법과 규칙이 정한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는 행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회의 권한을 더욱 정당하게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다. 절차를 무시한 채 공무원을 직접 압박하는 것은 감시가 아니라 군림이며, 견제가 아니라 권한 남용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행동이 자칫 공직사회를 길들이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방의원은 공무원의 상급자가 아니다. 공무원은 의원 개인이 아니라 국민과 법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권위를 앞세운 순간 의정활동은 감시 기능을 잃고 권력 행사로 변질된다.

 

초선이라는 이유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군민은 초선에게도 세금으로 의정 활동비를 지급한다.

 

배우는 과정이라면 더욱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절차도 모르고 권한부터 행사하려 한다면 그것은 패기가 아니라 준비 부족이며, 의욕이 아니라 무책임이다.

 

더구나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안에만 집착하는 모습은 의정활동의 우선순위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군민들이 "정말 공익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군·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7월 1일 민선 9기가 출발한 시점에서 시·군·구가 시·군·구정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중요한 시기에 체육회를 방문해 현직 체육회장의 임기와 차기 선거, 출마 예정자 등을 묻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하다.

 

시장·군수·구청장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민생과 지역경제, 인구 감소, 농·수산업 경쟁력 회복, 일자리 창출 등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특정 단체의 인사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은 시·군·구민들에게 '사람 챙기기'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체육회는 정치의 하부조직이 아니다.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야 할 조직이다.

 

시장·군수·구청장이 체육회의 인사와 선거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으며, 자칫 체육계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방의원은 감시자가 아니라 권력자가 되려 하고, 시장·군수·구청장은 민생보다 사람부터 챙긴다는 인상을 준다면 통합특별시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권력을 나눠 갖으라고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 통합특별시민들의 삶을 바꾸라고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당선증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권한을 과시하고, 사람을 줄 세우며, 조직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통합특별시민들에 대한 배신이다.

 

통합특별시민들이 준 권한은 특권이 아니다. 통합특별시민들을 위해 잠시 맡겨둔 공적 권한일 뿐이다. 권한을 절제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결국 통합특별시민들의 신뢰를 잃는다.

 

곡성군의회는 절차를 존중하는 의회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군·구청장은 인사가 아니라 시·군·구정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지방정치가 권력 다툼의 무대가 아니라 통합특별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공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부터 다시 되새겨야 한다.

 

통합특별시민은 더 이상 권력의 오만을 박수쳐 주지 않는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권력을 절제하는 정치인만이 통합특별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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