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최영남 기자 | ‘반값 여행’이 전국 지방정부의 유행상품이 되고 있다.
전국 최초 반값 여행으로 강진군이 관광객 유치 성과를 거두자 너도나도 비슷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여행경비의 일정 부분을 지역 화폐로 돌려주고, 숙박과 음식, 체험비 등을 지원하며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관광객의 부담을 줄이고 지역에서 소비를 유도한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관광객이 줄어드는 농어촌 지역의 현실을 고려하면 한시적인 지원정책은 분명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반값’이라는 수단이 관광정책의 목적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지방정부가 서로 경쟁하듯 관광객에게 돈을 돌려주고 있다. 한 지역이 하면 다른 지역이 따라 하고, 인근 지역보다 더 많은 혜택을 내놓으려 한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결국 누가 더 많은 세금을 투입하느냐의 경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지방관광의 모습이 아니다. 관광은 가격 경쟁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 오늘 어느 지역이 5만 원을 돌려준다고 해서 관광객이 몰릴 수 있다. 하지만 내일 다른 지역이 10만 원을 돌려주면 관광객은 다시 이동한다.
그렇다면 관광객이 그 지역을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때문인가? 독특한 자연환경 때문인가? 차별화된 음식과 관광 콘텐츠 때문인가? 아니면 단지 돈을 돌려주기 때문인가? 후자라면 지원금이 사라지는 순간 관광객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무분별한 반값 여행 확대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세금으로 관광객을 한 번 데려오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세금이 없어도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진정으로 투자해야 할 곳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역 고유의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체류형 관광상품을 만들고, 숙박과 음식의 품질을 높이고, 교통과 관광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 관광객이 하루 머물다 떠나는 곳이 아니라 이틀, 사흘 머물며 지역에서 돈을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관광을 주민의 소득과 연결해야 한다. 관광객이 지역의 농수산물을 사고, 지역 상점과 식당을 이용하고, 주민이 관광산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득을 얻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관광이다. 반면 전국의 지방정부가 비슷한 할인정책만 반복한다면 대한민국 관광은 어디로 가겠는가?
이미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출렁다리와 전망대, 잔도와 축제가 경쟁적으로 만들어졌다. 이제 여기에 반값 여행까지 더해지고 있다. 전국이 똑같아지는 순간 관광객이 그 지역을 찾아야 할 이유는 오히려 줄어든다.
인근 지역에 더 긴 출렁다리가 생기면 관광객은 그곳으로 간다. 또 인근 지역에서 더 큰 할인 혜택을 주면 또 그곳으로 이동한다. 결국, 지방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관광객을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옮겨주는 소모적인 경쟁에 빠질 수 있다.
대한민국 전체 관광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의 이동 경로만 바뀌는 것이다. 세금으로 관광객을 이 다리에서 저 다리로 실어 나르는 행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방재정이다. 지방정부의 예산은 시장이나 군수, 도지사의 개인 돈이 아니다. 주민들이 낸 세금이며 지역의 미래를 위해 써야 할 소중한 재원이다.
복지와 교육, 안전, 교통, 생활 기반시설 등 투자해야 할 곳은 산적해 있다. 그런 상황에서 관광객에게 얼마를 돌려줬느냐를 성과의 중심에 놓는다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
반값 여행에 투입한 예산이 실제로 지역경제에 얼마나 남았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관광객 숫자만 늘었다고 성공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체류 시간은 얼마나 늘었는가. 지역에서 실제로 얼마나 소비했는가? 주민 소득은 얼마나 증가했는가? 다시 찾아오는 관광객은 얼마나 되는가. 지원금이 사라진 뒤에도 관광객이 찾아오는가? 이런 지표가 진짜 성과다.
특히 반값 여행은 ‘지원금이 끝난 뒤’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지원금이 있을 때만 관광객이 몰리고 지원금이 끊기면 관광객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관광 경쟁력이 아니다. 그저 예산으로 만들어낸 일시적인 방문객 숫자일 뿐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반값 여행을 무조건 확대하는 데 앞서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지역마다 관광 여건이 다른 만큼 획일적인 복제도 경계해야 한다. 강진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모든 지역에서 똑같은 방식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지역의 특성과 준비 없이 제도를 복사한다면 예산 낭비와 행정력 소모만 커질 수 있다.
반값 여행을 시행하더라도 분명한 출구전략이 있어야 한다. 할인으로 관광객을 불러왔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으로 붙잡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반값은 마중물일 수 있다. 그러나 마중물만 계속 부어서는 우물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반값 경쟁이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경쟁력을 만드는 일이다. 출렁다리를 하나 더 만드는 대신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지역과 똑같은 축제를 하나 더 만드는 대신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관광객에게 돈을 돌려주는 정책보다 관광객이 스스로 돈을 쓰고 싶게 만드는 정책이 훨씬 어렵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어려운 일이다. 관광객을 세금으로 사는 지방정부가 아니라 관광객이 자기 돈을 들고 찾아오는 지역을 만드는 지방정부가 되어야 한다.
관광객은 할인 때문에 한 번 올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매력 때문에 다시 온다. 지방관광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반값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왜 그곳에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전국이 반값이면 반값은 경쟁력이 아니다. 전국이 출렁다리라면 출렁다리 역시 경쟁력이 아니다. 전국이 똑같아지는 순간 여행할 이유는 사라진다.
이제 지방정부는 ‘얼마나 많이 지원했는가?’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지원하지 않아도 관광객이 찾아오는가’를 증명해야 한다.
반값 여행이 예산이 마르는 날 함께 사라지는 신기루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금으로 관광객을 사는 행정에서 벗어나, 경쟁력으로 관광객을 부르는 행정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지방관광의 미래는 더 많은 보조금에 있지 않다.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소비하고,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지역의 힘에 있다. 그것이 국민 세금을 가장 가치 있게 사용하는 지방정부의 책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