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길어질수록 행정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져야 한다. 물이 부족한 농가에 신속하게 용수를 공급하고,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뭄 대책의 기본이다. 그런데 곡성군의 가뭄 대책비 집행을 둘러싸고 예산의 방향이 과연 농민을 향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제기된 문제의 핵심은 가뭄 피해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천수답은 외면한 채, 상류에 저수지가 있어 수년간 사용하지 않았던 지역의 지하수 관정 수리에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이다. 관정이 실제로 언제 사용될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해당 시설을 수리하는 것이 긴급 가뭄 대책으로 적절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가뭄 대책비는 일반적인 시설 정비 예산과 다르다. 한정된 재원을 가장 시급한 곳에 투입해 농작물 피해를 줄여야 하는 긴급 예산이다. 따라서 행정기관은 관정의 존재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가동 가능성, 수혜 농가 수, 물 부족 정도, 천수답 분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순위를 정해야 한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관정 수리비가 신규 관정 많다는 의혹이다. 수리 대상 관정의 고장 원인과 수리 범위, 공사비 산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면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관급공사라는 이유만으로 비용이 적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관정 수리를 일부 특정업체에 맡겼다는 주장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실제로 비교 견적을 실시했는지, 업체 선정 과정이 공정했는지, 공사 물량과 단가가 적절했는지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이는 특정 업체와의 결탁을 단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의혹을 해소하고 행정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곡성군은 관정별 수리 사유와 최근 사용 실적, 공사 설계내역서, 견적서, 업체 선정 과정, 면별 예산 배정 및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천수답과 물 부족 농가를 대상으로 어떤 급수 대책을 마련했는지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행정은 예산을 집행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그 예산이 누구에게, 어떤 순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됐는지가 더 중요하다. 특히 가뭄처럼 농민의 생계와 직결된 재난 상황에서는 책상 위의 계획보다 현장의 절박함을 먼저 살펴야 한다.
가뭄 대책비가 농민을 위한 지원금이 아니라 특정 업체의 수익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곡성군은 이번 논란을 단순한 민원으로 치부하지 말고, 예산 집행 전반을 점검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체 감사나 외부기관의 객관적인 검증도 받아야 한다.
농민이 물을 기다리는 동안 행정이 서류와 절차에만 머문다면 가뭄 대책은 실패한 것이다. 곡성군은 지금이라도 현장 중심의 지원 원칙을 세우고, 한 푼의 예산이라도 가장 필요한 농민에게 돌아가도록 집행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