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땅끝 해남 전국국악 경연대회, 대통령상은 이름만 대통령상인가?

 

전남투데이 최영남 기자 | 공정성을 잃으면 35년 역사도 흔들린다.

 

제35회 땅끝 해남 전국국악 경연대회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무대의 박수 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대회를 둘러싼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핵심은 단 하나다. “대통령상을 결정하는 심사위원은 도대체 누가, 어떤 절차로 선정했는가?”

 

전국에서 국악인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대회라면 참가자들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잘하면 상을 받고 부족하면 떨어지는 것이 경연대회의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그 전제는 하나다. 심사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는 것.

 

특히 대통령상이 걸린 대회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해남 국악협회가 이사회를 열지 않은 채 지부장이 심사위원을 선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심사위원 선정은 대회의 부수적인 업무가 아니다. 대통령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이사회를 열지 않았는가?

누가 심사위원을 추천했는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가?

최종 결정권자는 누구였는가? 그리고 그 결정에 다른 관계자들은 동의했는가?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이 없다면 심사 결과에 대한 의혹은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참가자 접수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이야기가 나온다. 주최·주관 측이 해남 국악협회인데도 여수 소재 전남 국악협회장의 아들이 참가자 접수 업무를 맡았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업무를 도와준 것이라면 그것 자체를 문제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상이 걸린 전국대회라면 ‘왜 그 사람이 그 업무를 맡았는가?’​에 대한 설명은 필요하다.

 

전국에서 참가자들이 몰려드는 대회에서 접수는 단순한 심부름이 아니다. 참가자 정보와 참가 자격, 경연 종목 등을 관리하는 대회의 핵심 행정업무다. 그런 업무를 누가 어떤 권한으로 맡았는지? 공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심사위원 선정과 참가자 접수라는 중요한 두 과정에서 동시에 의문이 제기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것은 특정인을 흠집 내는 문제가 아니다. 대회의 공정성을 확인하는 문제다.

 

대회 관계자들은 “문제가 없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다. 자료와 절차다.

 

심사위원 선정 과정과 추천자, 결정권자, 이사회 개최 여부, 심사위원의 경력과 이해관계, 참가자 접수 담당자와 업무 위임 과정 등을 공개하면 된다. 공정했다면 공개가 오히려 대회의 신뢰를 높여줄 것이다.

 

반대로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있다면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통령상은 특정 협회가 마음대로 권위를 부여할 수 있는 상이 아니다. 수많은 국악인들이 오랜 시간 피나는 노력으로 갈고닦은 기량을 평가받는 자리다. 참가자에게 대통령상은 단순한 상장 한 장이 아니라 자신의 예술 인생과 명예가 걸린 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위원의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 심사위원이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았느냐?는 것이다.

 

심사위원이 아무리 훌륭한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면 심사 결과에 대한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정성은 결과로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과정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 2023년 이후 대통령상 수상자와 심사 결과를 둘러싸고 국악계 일각에서 여러 잡음이 있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면 관계기관은 이번 기회에 지난 대회의 운영 과정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의혹과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누군가의 주장만으로 부정이 있었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반대로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덮어서도 안 된다. 검증하면 된다.

 

대회 운영에 문제가 없었다면 감사와 자료 공개를 통해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면 된다.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해남 국악협회와 대회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관계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통령상이 걸린 전국 규모의 대회라면 보조금과 행정 지원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대회 운영과 심사가 규정과 절차에 맞게 진행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35년의 역사를 가진 대회라면 더 엄격해야 한다. 35년이라는 역사는 면죄부가 아니라 책임이다. 오래됐기 때문에 괜찮은 것이 아니라 오래됐기 때문에 더욱 깨끗해야 한다.

 

대통령상의 권위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상이라는 글자가 상의 권위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심사와 투명한 절차, 참가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결과가 대통령상의 권위를 만든다.

 

이번 논란을 단순히 일부 참가자나 국악인들의 불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대회 운영 전반을 공개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의혹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침묵이 아니라 공개다.

 

해남 국악협회는 이제 답해야 한다.

심사위원은 누가 선정했는가?

왜 이사회를 열지 않았는가?

왜 해당 인사들을 심사위원으로 선택했는가?

참가자 접수는 왜 다른 지역 협회장 아들이 맡았는가?

지난 대회의 심사와 운영에는 문제가 없었는가? 그리고 관계 당국은 이 모든 과정이 규정에 따라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는지 확인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상의 권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상은 특정인의 상이 아니다. 국악을 위해 청춘을 바치고 무대에 선 모든 참가자들의 땀과 꿈이 걸린 상이다. 그래서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래서 더욱 투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래서 더욱 공정해야 한다.

 

35년 역사의 땅끝 해남 전국국악 경연대회가 진정한 전국대회로 남기를 원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나 침묵이 아니다. 심사위원 선정부터 참가자 접수, 심사 기준과 결과에 이르기까지 의혹이 제기된 부분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 그것이 대회의 권위를 지키는 길이고, 대통령상의 이름에 걸맞은 최소한의 책임이다.

 

대통령상은 이름으로 권위를 얻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과정으로 권위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시민과 국악인들이 던지는 가장 준엄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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