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침체 빨간불… 내년 경상수지 ‘적자 늪’ 우려

수출 23개월 만에 감소… 수입은 원자재·자본재 중심 18% 증가

 

전남투데이 박동복 기자 |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가까스로 적자를 벗어났지만,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연간 목표치인 370억 달러 흑자 달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 둔화 속 유가 에너지 가격 급등, 반도체 경기 악화 등 악재 요인이 산재해 있는 까닭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를 하향해 수정 공표할 예정이다. 


8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9월 경상수지는 16억1000만 달러로 한 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흑자규모도 241억4000만 달러로 흑자를 달성했다. 그러나 전년 동월 대비 흑자폭은 대폭 줄었다. 9월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88억9000만 달러, 누적 흑자폭은 같은 기간 432억7000만 달러가 쪼그라들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는 일본, 독일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는 현상으로 이를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라면서도 “향후 수출 흐름은 중국 방역조치 완화, 글로벌 성장세 완화 및 IT부문 반등 등에 좌우되고 수입은 에너지 유가 움직임에 크게 좌우돼 국제경상수지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우리의 3대 수출 대상국인 미국·중국·유럽연합(EU)이 동반 부진을 겪고 있어 상품수지 개선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이후 중국의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등 경기 부진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수출도 영향을 피해가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겨울철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면 원자재 수입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당장 10월 흑자를 계속 이어갈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경상수지를 뒷받침해온 수출 성장률은 지난 10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월 기준 수출액의 역성장은 2020년10월(-3.9%)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 인해 같은 달 무역수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무역수지 적자액은 355억85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최대 적자인 1996년(206억2400만 달러)보다도 많다. 올해 들어 14년 만에 연간 기준 적자가 확실시된다. 여기에 상품수지 악화를 부추겨온 국제유가는 다시 뛰고 있다.


학계에서는 내년 연간 경상수지가 1997년 외환위기 이래로 26년 만에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1~9월 현재 경상수지 누적 규모는 241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흑자 폭은 1년 새 432억7000만 달러 감소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원래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이 많은 국가이고 팬데믹 때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의 수출을 ‘미리 당겨서’ 했다”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국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성장세가 움츠러들고 있기 때문에 한국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 초까지는 수출이 줄어 경상수지가 악화하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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