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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탁구선수권대회, 신유빈-전지희 ‘30년 만의 銀’

부상·은퇴설 딛고 맹훈련
男 복식 은·동… 메달 3개 마감

 

전남투데이 김호정 기자 | 신유빈(대한항공)-전지희(미래에셋증권) 조가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복식에서 금메달보다 더 묵직하고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여자복식 세계 12위의 신유빈-전지희 조는 28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끝난 대회 결승에서 중국의 왕이디-천멍 조(7위)에 0-3(8-11 7-11 10-12)으로 졌다. 하루 전 4강전에서 세계 1위 쑨잉사-왕만위(중국) 조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지만 더는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둘은 여자 개인전 단·복식을 통틀어 1993년 예테보리 대회 현정화(단식 우승) 이후 30년 만에 은메달 이상의 성적을 냈다. 여자복식 결승 진출 자체도 1987년 뉴델리 대회 양영자-현정화 조(우승) 이후 36년 만이었다. 그만큼 이번 은메달의 가치는 충분히 크다.

 

‘탁구 신동’으로 주목받은 신유빈은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득점할 때마다 넣는 기합 소리가 병아리 울음 같다며 ‘삐약이’라는 사랑스러운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그해 올림픽에 이어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까지 치르는 강행군을 소화하다 탁구 선수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손목 부상을 당했다. 그는 결국 지난해 5월 손목뼈에 핀을 박는 수술을 받았고, 9월엔 추가로 뼛조각 제거 수술까지 견뎌냈다.

 

신유빈은 고통스러운 과정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훈련에 매달리며 차근차근 준비한 결과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빛을 발했다.

 

신유빈의 복식 파트너인 전지희는 중국 허베이성 랑팡 출신의 귀화 선수로 2011년에 태극기를 품었다. 이때 ‘톈민웨이’에서 전지희가 됐다.

 

2018년 단체전 세계선수권 동메달 주역인 그는 작년에 무릎을 다치며 ‘전지희 시대도 끝나간다’는 말을 들었다. 오기가 생긴 그는 ‘전설’ 김택수(53) 감독이 이끄는 미래에셋증권에 12월부터 합류해 재기를 위해 혹독한 훈련 끝에 그는 결국 반년 만에 세계대회 은메달을 일궈 냈다.

 

신유빈은 은메달을 따낸 후 “재작년 세계선수권에서 다쳤을 때 언니와 함께라 이겨낼 수 있었는데 이번에 목표로 했던 메달까지 차지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전지희도 “서로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이런 날도 온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번 대회를 지켜본 현 감독은 “신유빈은 단단한 수비를 앞세워 ‘메이커’ 역할을 잘 해냈고, 전지희는 주 득점원으로 활약했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고 평가했다. 둘은 이번 대회 활약으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올림픽에 대한 메달 전망도 밝혔다.

 

한편 남자복식에서는 장우진(미래에셋증권)-임종훈(한국거래소) 조가 은메달을, 조대성-임상수(이상 삼성생명) 조가 동메달을 따내 대표팀은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 탁구가 개인전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3개 이상 수확한 건 2003년 파리 대회 이후 2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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