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ㅡ 황희정승과 조국 인사청문회ㅡ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추앙받는 세종시절, 무려 18년 간을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는 영의정으로 있었고, 좌의정 우의정까지 한 것을 합하면 무려 24년을 재상으로 재직하신 분이 계신다.

우리 역사상 최고의 청백리의 표상이자 명정승으로 알려진 황희정승이다. 황희정승이 있었기에 세종의 태평성대가 이어졌고 세종의 뛰어난 업적들이 나올 수 있었다는 말들도 있다.

그러나 역사서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황희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실들이 많이 쓰여져 있어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에는 황희가 사간원과 사헌부의 단골 '탄핵 대상' 가운데 한 명으로 보일 정도로 많은 비리 사건이 기록돼 있다. 비리도 다양했다. 뇌물수수, 관직 알선, 사위인 서달이 저지른 살인 사건 무마는 물론 간통 논란까지도 있었다.

사관 이호문이 황희정승에 관해 실록에 쓴 내용의 일부이다.

“황희는 대사헌이 되어 승려 설우에게서 황금을 받았다. 당시 사람들이 황희를 ‘황금대사헌’이라 했다.”

“ 왕자의 난을 일으켜 참수당한 난신 박포의 아내가 죽산현에 살면서 종과 간통했다. 간통 사실이 우두머리 종에게 발각되자 박포의 아내는 그 우두머리 종을 죽여 연못 속에 집어넣었다. 한참 후 부패된 시체가 떠오르자 수사가 시작됐다. 박포의 아내는 발각될까 두려와 한양에 올라와 황희의 집 마당 북쪽 토굴 속에 숨어 여러 해 살았다. 이 때 황희가 박씨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박포의 아내는 ‘일이 무사히 된 것’을 알고 돌아갔다.”

“~황희는 여러 해 동안 매관매직을 하고 형옥을 팔아 뇌물을 받았다. ~그의 심술은 바르지 아니하며 혹시 자기에게 거스르는 자가 있으면 몰래 중상했다.”

 “박용의 아들 박천기를 잡아 문초했다. 박천기는 ‘황희에게 말1필을 뇌물로 주었고 잔치를 베풀었으며, 오승·권희달에게 말 1 필, 이순몽에게 소 1두를 주었다.’고 진술했다. 황희는 말 1필과 술대접을 받고 뇌물을 준 지방관리를 변호하는 편지 1통을 전달했으며….”

이 밖에도 황희가 수많은 비리 사건에 연루돼 의금부 등에서 고초를 겪은 것도 여러 번 있었다.

이런 황희정승이 요즘같은 인사청문회에 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황희는 역사에 남는 청백리 명정승의 표상이 아니라 완전 탐관오리에 살인 범죄자를 숨겨주고 그 범죄자와 간통까지 자행한 파렴치한으로 개박살이 나서 정승이 된 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 했을 것이다.

물론 황희에 대한 실록에 나온 말이 진짜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금 확인이 불가능하다.

정인지 황보인 등 <세종실록> 편수관들은 황희정승에 대해 사관이 쓴 . ‘황금대사헌’ 운운 내용과 박포의 아내 사건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여겼다.

정인지는 말했다.

“만일 사관 한 사람이 사감을 갖고 사서를 쓴다면 천만세가 지나도 고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특히 정인지는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고서도 고치지 않는다면 직필(直筆)이라 할 수 없다”고 사초 삭제를 강력히 주장했다.

황보인은 신중론을 제기한다.

“이것은 큰 일입니다. 가벼이 결정할 수 없어요. 마땅히 중론을 모아서 결정해야 합니다.”

황보인이 이 논란에 마무리 발언을 한다.

“그렇습니다. 이처럼 큰 일은 한사람이라도 안된다고 하면 반드시 정법을 따라야 합니다. 따라서 삭제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황희의 스캔들’을 두고 당시에도 갖가지 해석이 나왔었다. ‘박씨 아내 사건’과 ‘황금대사헌 사건’ 등 갖가지 의혹들 정확한 사실은 현재도 진실여부를 ‘모른다’는 것이다.

어제 끝난 조국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갑자기 우리 역사상 가장 청백리 명정승으로 알려진 황희의 일화들을 생각하며 여러 상념에 빠져 보았다.

청문회 후보지명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당연한 일이다.

사회지도층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성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요즈음 인사청문회를 보면 청문회 대상자들이 맡은 직무에 대한 수행능력을 갖추었는 지 보는 것이 아니라 수 십년 전의 일, 혹은 가족, 친척들의 잘못까지 너무 지나친 도덕적 잣대를 대서 그 직무에 적합한 능력있는 사람들까지도 발목을 잡는다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될 것이다. 그리고 능력있는 분들도 이런 인사청문회가 무서워 나서지도 않을 것이다.

특히 어제 조국청문회에서 보여 준 것은 법무장관 후보자인 조국 본인 청문회가 아니라 조국 딸과 부인 청문회를 보고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듯이 후보자 본인의 가족 문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후보자 가정문제가 후보자를 임명하는데 절대적 필수조건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이혼하거나 몇 번 결혼한 지도자들 흔하다.

조국 흠잡기에 우리나라 모든 언론이 유례없이 많은 기사를 양산해 내면서 나섰다. 보수야당도 조국을 끌어 내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혈안이 되어었다.

게다가 느닷없이 검찰이 특수부 검사들을 유례없이 대거 동원하여 청문회 후보자 주변에 대해 수많은 압수수색을 했다. 후보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에 대해 흠으로 밝혀 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만 아직까지는 특별한 것이 나오지 않았다.

단지 그렇게 많은 압수수색을 해 놓고도 기껏 동양대 총장 표창창 하나로 법무부 장관 후보 조국 부인을 청문회 당일 날 기습적으로 기소를 했다.

이런 검찰의 조치를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바라보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이 많다.

청와대부터 나서서 이런 검찰의 정치적행위에 성토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언론과 야당 그리고 검찰까지 나선 조국죽이기 광기까지 느껴진 한 달 가까이 이런 상황에서 조국 자신에 대한 흠은 아직까지는 크게 밝혀 진 것이 없다.

어제 조국 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의 흠이라고 잡아 낸 것은 동양대 총장과 전화를 한 번 했느냐 두 번 했는냐의 문제 뿐이었다.

지금까지 정도라며 조국 본인 인생은 도덕적으로도 꽤 잘 살아 왔다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조국후보자의 비난이 큰 것은 조국에 대한 기대가 배신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조국 가족문제를 까 보니까 내로남불, 언행불일치, 이중인격자, 위선자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나 또한 조국 딸의 의전대학원 진학에 집착해 억지로 딸 스펙을 만들어 가는 것 같이 보이는 행태나 동양대 표창장 문제, 또 장학금 문제등에 대해서는 좋은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다.

조국 가정이 강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아직도 씁쓸하다.

세종은 당시 황희의 여러 안 좋은 소문들을 몰랐을 까?

세종은 황희의 여러 소문들을 알면서도 황희를 무려 24년간을 정승으로 주변에 두었다. 황희가 나이가 많다,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다등 여러번 사직상소를 올려도 황희를 놔주지 않았다.

세종이 황희에게 그렇게 집착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세종은 황희의 탁월한 정치적 능력 알아 보았기 때문이다.

황희는 최고 자리인 영의정이었을 때도 회의석상에서 먼저 입을 여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다른 이들의 말을 두루 듣고서 마지막에야 과거의 적절한 사례를 곁들여 종합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다 보니 틀리는 법이 적었고, 세종의 신뢰도 더불어 올라갔다는 것이다.

역사학자의 말을 빌리면 황희는 '행정의 달인'이자 '외교의 사전(事典)'이라고 평했다.

이 처럼 세종과 황희는 찰떡 콤비가 되어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빛나는 시대를 만들어 냈다.

도덕적 잣대라는 것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너무 지나치게 얽메여서는 정말 더 큰 것을 놓칠 수도 있다.

앞서 말했지만 사실, 조국의 딸 여러 문제 눈에 거슬리는 것이 많다.

정말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젋은 층과 우리 같은 서민층들은 조국과 그 가족의 행태를 얼마든지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지금과 같은 우리나라 교육시스템과 학벌사회에서 부모로서 자녀를 위해 좋은 대학에 입학시킬 그럴 힘이 있는 기득권 층에서 조국가정보다 자유스러운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문제가 되고있는 조국 딸 모든 일에는 강남엄마들의 엄청난 자녀교육 극성이 보인다. 조국을 비난하는 기득권층 거의 대부분은 강남엄마들의 남편들이나 그 당사자들 아닌가?

지금까지 그런 기득권층에 있었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조국과 가족을 개거품 물고 비난하는 것을 보고 정말 위선의 극치를 본 것 같았다.

단지 조국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의 강도가 더 센 것은 조국이 그동안 그러한 것을 거세게 비판해 놓고 본인 가족도 예외가 아니어서 언행불일치로 위선자로 국민들이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조국후보자도 인정했고 가슴 아파하며 몇 번이나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번 조국 인사청문회는 촛불혁명의 준엄한 명령인 그동안 무소불위였던 검찰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의 적임자를 찾는 것이지 완벽한 도덕군자를 찾는 것은 아니다.

도저히 국민들이 용납하기 힘든 조국 후보자 본인의 도덕적 문제가 있다면 모르지만 가족들의 수 십 년전 일까지 끄집어 내어 후보자 발목만 잡는다면 이미 깨어나있는 국민들을 우습게 여기는 일이다.

국민들은 촛불혁명으로 국가존재 의미의 새로운 지평을 보고 있다. 국민들은 이렇게 앞서 나가고 있는 데 정치인들이나 검찰이 적폐시대로 다시 돌아 가려는 반동이나 추구했다가는 진짜 큰 코 다칠 거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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