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선배가 광주고 17회라는 사실을 익히 들어온 터이므로 동기인 장휘국 교육감과 대화 시간이 가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선배는 1년이면 한두 번 얼굴 보는 정도라고 한다. 공인으로써 사적 시간 내기가 무척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발언이다. 그러면서도 동기 모임에 참석하는 날이면 자신의 무성의를 사죄하고 지적과 격려를 받아들이며 반드시 사후 답변을 내놓는다고 한다. 그러한 성실함을 몸소 느껴온 선배인지라 청렴성과 교육청 평가에서 선두를 달리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광주시 교육청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나쁜 건 아니다. 언론계나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평가 결과는 전남도교육청과 함께 선두그룹을 유지하는 수치도 이따금 발표된다. 그렇지만 교육계 청렴 환경을 주도하고 개혁의 상징인물인 장 교육감에 대한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다. 청렴도 평가에서 사례를 한번 살펴보면 선배의 아쉬움을 이해할 수 있다.
박춘수 의원(남구 3)은 지난 6월 광주광역시교육청 예결위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17개 시도 교육청)를 공개했다. 박춘수 의원은 “지난 2011년 11위, 2012년 10위, 2013년 12위, 2014년 10위로 평균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어 청렴한 교직 사회 실현과 신뢰받는 교직풍토 조성을 위한 청렴 시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박춘수 의원은 광주시 교육청이 국민권익위원회가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청렴도 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불구하고 올해 청렴 시책 예산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등 부조리 근절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고 질타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외부청렴도는 17개 시·도 교육청 중 16위 정책고객평가에선 14위를 기록해 전문가·업무관계자·학부모 등이 바라보는 교육청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라며 “교육청은 이제부터라도 환골탈태의 자세로 청렴한 광주교육을 만들기 위해 청렴 시책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춘수 의원은 그 대책의 하나로 청렴 시책 예산 부족을 꼬집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올해 감사관리 예산을 전년 대비 46% 감소한 9,400만 원으로 책정했고 이번 추경에서 청렴 시책예산의 증액을 편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박춘수 의원은 “매년 반복되는 공무원의 부조리를 막기 위해선 해당 부서인 감사관실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감사를 실행하고 이를 뒷받침할 예산도 늘려야 한다”며 “과감한 감사행정을 펼치고 예방 차원의 일상 감사도 강화해 공직기강을 바로 잡고 비위 적발 시 행정·재정·신분적 징계를 누락 없이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춘수 의원이 감사행정을 중시하고 예산 뒷받침을 주문한 것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휘국 교육감의 청렴과 개혁 의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실무 부서에서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면 교육감의 철학과 실무 지침이 먹혀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 교육감은 이제라도 박춘수 의원의 지적대로 감사실의 역할이 청렴과 개혁성과를 끌어 올리지 못한 근원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선 김용철 감사실장이 이미지와 실무 면에서 효율성을 올리는 데 문제는 없는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김용철 감사관에 대해 시민적 거부감이 있고 권위적 행태가 강하다는 일선 교장들의 거부반응이 거세고 있다는 점 장휘국 교육감은 알아야 한다. 김용철 감사관은 공모로 개방형 감사관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지역 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각오라고 취임 소감을 피력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역민들은 그에 대해 예나 지금이나 부정적이다. 호남 소외감정을 심화시켰고 교육현장의 존엄인 교장들에게 칼자루를 휘두른 듯한 대처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감이 솔선수범하고 개방형 감사제를 도입해도 청렴과 개혁 환경이 뒷걸음친다면 감사관을 바꾸는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시민과 학부모가 거부감을 가진 감사관을 공모라는 형식으로 끌어들이는 게 패착을 불러들였다. 호남인 혐오감을 전국에 확산시킨 김용철 감사관을 장휘국 교육감 의지로 승인했다고 믿는 시민은 극소수다. 보이지 않는 재야세력의 부탁이나 압력이 있지 않으냐는 소문이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편향된 재야세력의 힘이 작용하여 임용된 감사관이라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감사를 펼 것이라는 기대를 걸기 어렵다.
취약한 전남교육이 약진하고 장만채 교육감이 차기 전남도지사 물망에 오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단순 비교론은 위험한 것이지만 근원적 도농 환경 차이가 분명한데도 취약한 환경에 처한 전라남도 교육청보다 못한 평가가 번번이 나온 것에 대해 광주시 교육청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번 재정평가에서 전국 3위를 한 전남도교육청은 거금의 교부금을 받아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투자하는 행운을 잡았다. 등수에 들지 못해 순위 발표에 끼지 못한 광주시 교육청이 할 말이 있는가.
개혁은 감사관실이 주도한다. 주도세력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사람을 바꾸는 게 정상이다. 장휘국 교육감에 쏠린 언론계 선배의 영원한 애정처럼 시민들의 긍정 여론이 영원하리라고 믿는다면 그건 오산이다. 장 교육감이 바람직한 목표 지향적 철학과 솔선수범의 선진형 덕목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는 건 사실이다. 이와 달리 감사관은 그에 역행하는 이미지가 시민들 뇌리에 각인되어 생생히 살아있고 실천궁행(實踐窮行)의 강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광주광역시 교육청의 추락하는 이미지를 시민들에게 보여줄 것인가. 장휘국 교육감은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뉴스호남] 길래환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