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탄과 공포를 동시에 부르는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

 ‘ChatGPT’(챗GPT)가 도대체 뭘까?

 

최근 들어 챗GPT가 화제다. 특히 학계, 지식인 사회, IT 산업계 등에서 탄성과 불안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앞으로의 세상은 챗GPT 이전과 이후 시대로 나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챗GPT는 지난해 말 미국에서 공개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다. 코딩이나 명령어 조작 없이 사람이 텍스트로 입력을 하거나 말을 하면 인공지능이 그 명령을 수행한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자연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챗GPT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 세상의 명암은 어떤 것일까?


알아야 할 것은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가 서비스에 나서자 곳곳에서 경탄과 공포감이 분출하고 있다. 


모든 기술은 양면성을 지니는 만큼, 기회와 위협 요인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과 평가를 통해 성적과 학위를 발급하는 교육기관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뉴욕과 시애틀 등지의 미국 공립학교는 교내 와이파이망과 컴퓨터를 통한 챗GPT 접속을 차단했다. 


챗GPT 사용 사례가 알려지면서 일부 대학은 시험과 과제물 제출 때 컴퓨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직접 손으로 써서 내도록 바꾸는 추세다. 


제출 내용에 대해 구술 시험을 병행하는 방법도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응급조처일 뿐이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은 갈수록 보편화하고 일상적 도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5판이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알린 차기작 제작 예고편이라면, 이번 챗GPT는 영화 본편이 제작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려주는 ‘개봉 임박’ 예고편이다. 


컴퓨터 칩의 처리능력이 24개월마다 약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보기술 산업에서 인공지능이 전기처럼 범용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챗GPT는 예고한다. 


이제는 코딩이나 명령어 조작 없이 텍스트로 입력을 하거나 말을 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수행한다. 위의 사례들에서 보듯이, 기계번역 초기의 어색하고 거친 흔적이 없고 깔끔하고 매끈해 인공지능의 작업이라는 표시가 나지 않는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예술과 창작처럼 ‘사람만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할 것이라고 기대해 온 미래 예측이 속절없이 붕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편리해져서,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작업과 구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강력하고 편리한 도구의 등장을 비관할 일은 아니다. 더 강력함과 편리함은 기술의 기본 방향이다. 현대인은 갈수록 더욱 강력해지고 편리해지는 도구와 함께 살아야 할 운명이다. 


현재 수준에서는 챗GPT와 같은 도구의 보편화를 예상하면서 그 기술의 핵심적 특징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인공지능을 도구로 활용하는 세상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터넷 대중화 이후 생긴 변화를 참고할 만하다. 


인터넷 이후엔 지난날 전문가에게 묻거나 도서관을 이용해야 접근할 수 있던 정보와 노하우를 누구나 손 안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검색과 모바일 인터넷이 대중화되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특정 분야의 전문가나 달인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활용 능력 보유 여부에 따라 격차가 커졌을 따름이다. 챗GPT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요약하고 정리해서 답변해주는 도구라는 점이다. 


새로운 사실과 관점을 밝혀내는 게 아니라, 보편적으로 수용되거나 확립된 사실과 관점을 깔끔한 논리와 문장의 형태로 출력하는 도구일 뿐이다. 


또 하나는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부정확한 사실이나 잘못된 사실도 확신하는 문구와 표현으로 출력물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이런 특성은 모두 기존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기본 속성이다. 채팅로봇 ‘테이’나 ‘이루다’가 문제가 된 사례나 각종 알고리즘이 인종·성별 편향으로 비판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챗GPT의 이러한 특성은 오히려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를 드러내며, 미래 사회에 어떠한 능력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머지않아 선진국 대부분 시민은 진짜 정보보다 거짓 정보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런 예측대로 이후 ‘탈진실’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창작 능력에서 포토샵과 동영상 편집 도구, 소셜미디어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챗GPT 시대는 인류 사회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가상과 허위, 조작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챗GPT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로 포장해 결과물을 출력한다는 점은 사실 검증자로 이용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세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과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어야 그 결과물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비판적 사고와 검증 능력이 챗GPT 환경에서 핵심 역량이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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