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 올여름 기후변화 비상

정부 지자체, 역대급 폭염 태풍 준비해야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5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 세계에 보낸 ‘경고’다. 


세계기상기구의 3일과 17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기온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어줬던 라니냐의 시기는 끝났다. 


대신 이제는 기온 상승을 부채질할 ‘엘니뇨’ 발생 확률이 커졌다. 엘니뇨가 시작되면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에서 약속했던 방어선(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 폭 1.5도 이하로 유지)은 일시적으로나마 깨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인류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이 다가온다는 얘기다.


전 세계에 날아온 이 경고장의 의미를 알기 위해선 엘니뇨·라니냐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적도 부근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평소에는 서태평양보다 낮다. 


동태평양에서 서태평양으로 부는 무역풍 때문이다. 


태양에너지가 데운 동태평양 표면의 바닷물을 무역풍이 서쪽으로 이동시키면, 바다 밑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물이 동태평양의 빈자리를 메우는 원리다. 


그런데 2~7년 주기로 무역풍이 일정 기간 약화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이때는 동태평양 표면의 따뜻한 바닷물이 서쪽으로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바다 밑의 차가운 바닷물과 섞일 수 없다. 


따라서 동태평양 해수 온도는 평소보다 뜨거워진다. 이 현상을 ‘엘니뇨’라고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역대급 태풍’과 ‘살인적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특히 20년 만에 가장 강한 4등급 ‘슈퍼 태풍’ 마와르가 시속 240km가 넘는 강풍과 폭우로 괌을 강타해 공항 활주로가 망가지고, 한국인 관광객 3200여 명의 발이 묶였다고 한다. 지구촌 곳곳에는 때 이른 고온 현상으로 펄펄 끓으면서 역대 최고 온도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 미얀마 등지는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도 전에 폭염이 이어져 태국 북서부 탁 지역은 최고 45.4도를 기록하고, 체감 온도는 50도에 달해 관광객마저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다. 


스페인도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뭄 비상조치가 선포될 정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폭염과 산불, 폭우, 홍수, 가뭄, 녹아내리는 빙하 등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적 위기를 보여 주는 뚜렷한 증거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2024년이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되고, 홍수 역시 잦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올라가 지구 기온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엘니뇨 현상이 한반도를 덮칠 경우 우리나라에도 최악의 폭염이나 폭우가 닥칠 수 있다.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도 최대 55% 확률로 강한 엘니뇨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조경숙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급격히 높아지진 않았다”라며 “강한 엘니뇨가 될지 현재로서는 말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지난 14∼20일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0.5도 높았다. 엘니뇨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엘니뇨 자체가 기후변화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은 아니지만 온난화를 심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난 13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 낮 최고기온은 33.9도였다. 이전까지 역대 최고 기록은 1973년의 33.3도였다.
같은 날 싱가포르 낮 최고기온은 37도까지 치솟으면서 5월 기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15일 산둥성 성도시 낮 최고기온이 37도를 기록하고 베이징과 톈진, 산둥성 웨이팡 등 도시가 15∼16일 이틀 연속 35도를 기록하면서 올해 첫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17년 만에 가장 이른 폭염 경보였다.


윈난과 구이저우 등 중국 남부는 수개월째 이어진 가뭄으로 식수난과 전력난을 겪고 있다.


기후 위기가 어느새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단계에 이르면서 우리에게 대비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중립은 물론이고, 에너지와 교통, 환경 등에서 새로운 기후 관련 기술과 정책을 접목하고,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특히,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는 올여름 더욱 심각해질 폭염과 기록적인 폭우에 대비해 방재 시스템을 강화하고, 취약 계층에 대한 복지 등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가 기후 재앙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결코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 빈틈없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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