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정보, 과잉 시대의 알고리듬

문제는 알고리듬? 혹은 사람?

 아직 물리학자들은 시간의 정체를 만족스러울 정도로 밝히지 못했지만, 적어도 시간이 우주의 시작 이후로 계속 존재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시간을 숫자로 측정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과거 인간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정확한 시간을 알 필요는 크지 않았다. 해가 뜨고 지는 것과 해의 방향으로 알 수 있는 정도의 정확성이면 충분했다. 오늘날처럼 다른 지역의 사람과 같이 일해야 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특히 철도가 도시와 도시를 분 단위로 연결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사람들은 기차를 타기 위해 정확한 시간을 알아야 했고, 공장의 기계를 돌리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야 했다. 그래서 역사학자 ‘루이스 멈포드’는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기계는 시계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계는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규칙적인 삶이 주는 생산성과 만족감을 사람들은 놓치지 않았고, 16세기에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회중시계가 대중화되었다. 매일 3시 30분 산책을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시간을 맞추게 해 주었다는 칸트의 이야기는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오늘날 시간 정보는 과잉이라고 할 정도로 넘쳐난다. 거실에는 벽시계와 공기청정기 표시창과 냉장고 표시창, 오디오 앰프 표시창도 지금이 몇 시인지 알려 준다. 책상 위 탁상시계와 PC 모니터에도 시계가 있고, 스마트폰과 손목시계에도 시간 정보가 있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에도 어김없이 시계는 존재한다.


지난달,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파멜라 폴’은  넘치는 시간 정보가 알고리듬과 결합해 어떻게 우리를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종할 수 있는지 경고하는 글을 썼다.


다음을 파멜라 폴의 칼럼중 일부이다.


모든 일에 시간표를 붙일 수 있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미묘하게 시간표에서 어긋나 있다.


팬데믹으로 우리 모두의 시간 감각이 완전히 뒤틀려서 사회 전체가 집단적 시차증을 느끼고 있으며 계절의 흐름에 맞지 않는 괴상한 날씨가 이어지고 우리가 어떤 일을 겪는 중인지, 다 끝났는지 구분하기도 점점 어려워진다. 


작가 제니 오델이 최근작 ‘시간 아끼기(Saving Time)’에서 쓴 것처럼, 우리는 점점 “고장 난 시계에 맞춰 살아가고 있다는 깊은 의심”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는 알고 싶어 한다. 이걸 다 하려면 얼마나 걸리지? 이게 언제 끝나나? 콜택시는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 거야? 등 모든 것이 시간과 연계되어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들은 우리 생활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숫자와 관련된 능력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의존한다. 


기기가 거짓말을 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우리가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로 눈치채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기기가 100분의 1초까지 시간을 계산해 주니, 우리는 직접 시간을 재지 않은 지 오래됐다. 


콜택시를 예로 들어보자. 속으로는차가 2분 안에 도착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운이 좋다면 5분~10분 안에는 오겠지. 하지만 그 ‘예상 시간’ 기능 때문에 우리는 경쟁 업체의 앱을 켜거나 길에 지나가는 택시를 잡지 못하고, 인질처럼 콜택시를 기다리게 된다.  음식앱을 이용한 배달도 마찬가지이다.


컴퓨터 프로그램 다운 예상 시간이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43분에서 54분으로 늘어나 버려도 이미 시작한 작업을 중단하기엔 너무 늦었다. 알고리듬은 너무나 강력하다.


하지만 1분만 멈춰 서서 생각해 보자.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낸 기술에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도착 예상 시간과 소요 예상 시간을 알려줌으로써 우리를 도와줘야 할 기계와 기기들이 우리에게 일부러 틀린 숫자를 알려주고 있는 건 아닌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기계들도 그저 인간의 명령을 따르고 있는 것뿐일지 모른다. 인간이 예상 시간으로 장난을 쳐온 역사는 몹시 길다. 비행기를 탈 때면 늘 비행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릴 거라는 안내를 듣지만, 출발이 늦어졌는데도 결국은 그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는 일이 꽤 잦다. 기술 발전을 고려하면, 비행기가 느려져서 그런 게 아니다. 항공사가 다른 여러 변수를 고려해 비행시간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관행을 ‘스케줄 완충(schedule padding)’이라고 부른다.


이런 식으로 조작된 시간은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하지만, 망쳐놓기도 한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해 본 사람이라면 자리를 찾는 손님들에게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거짓말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어떻게든 붙들어 놓으려면 “15분만 기다리시면 돼요”라고 하면 된다. 반대로 그 손님을 받지 않으려면 “최소 한 시간 반은 기다리셔야 해요”라고 말하면 된다.


디지털 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 인공적으로 똑똑해진 오늘날, 우리가 기계를 조작하는 것처럼 우리가 기계에 의해 조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알고리듬이 문제인지, 그걸 만든 사람들이 문제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인용: This May Not Take as Long as You Think It Will, 
By Pamela Paul (New York Times Opinion Columnist)
조은별 기자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