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더욱 부족해진 전기

또 다른 발상으로 접근해 보자

지구 곳곳에서 예년과 다른 날씨, 기후가 나타나는 건 더는 뉴스가 되지 않을 만큼 흔해졌다. 이상기후가 잦아진 이유는 바로 ‘인간의 활동이 촉발한 기후변화’라고 대부분 과학자가 인정한다. 물론 모든 이상기후를 기후변화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기후변화를 빼놓고는 지금의 이상기후와 기후 재해를 설명할 수 없다.


여름에 나타나는 이상기후는 폭염, 폭우와 홍수 등으로 이 가운데 불볕더위는 기후변화가 심해진 뒤 점점 더 강력하고,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기온이 높은 날이 지난 10년 사이에 몰려 있거나 역사상 가장 뜨거운 7월이 매년 갱신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재해가 어느 정도 마찬가지지만, 기후 재해도 모든 사람에게 같은 피해를 주지 않는다. 영화 ‘기생충’의 물난리 장면이 모두에게 피해가 되는 것은 아니듯 낮 기온이 4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면 무더위를 피할 곳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이나 냉방 시설이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은 더 치명적인 위험에 처한다. 


불볕더위가 찾아오면 가정, 학교, 사무실, 공장 등 너도나도 에어컨을 튼다. 자연히 전력 사용량은 급격히 늘어나고, 전력망에 부하가 걸려 정전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정전을 예방하고 모두에게 공정하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美 텍사스대에서 에너지 자원 분야를 연구하는 마이클 웨버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전기에 대한 발상의 전환’ 곧 전력 공급에 맞춰 수요를 조절하자고 제안하는 칼럼을 썼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기를 생산, 공급, 사용할 때 수요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공급을 수요에 맞춰 왔다. 그런데 예전 기준으로는 몇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의 불볕더위가 매년 찾아오다 보니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수요에 맞춰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가 어려워졌다. 


“모두를 위해 잠깐만 더워도 조금만 참고 견뎌봅시다”라며 의식적으로 절전에 동참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고, 억지로 동참하는 건 더 어렵다. 그런데 돈도 벌고 전기도 아끼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공장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이미 사용하던 제도를 사람들 사는 집까지 확대하자는 건데, 이는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가능해진 방법이기도 하다.


바로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각 가정에 설치하고, 기기를 중앙 시스템에 등록하게 해 중앙에서 각 가정의 온도를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발적인 참여에 맡겨두면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에 바로 바로 에어컨을 틀 텐데 중앙 시스템에 온도 조절을 맡기면(기기를 등록한 사람) 모두가 조금씩 더 덥고 불편하겠지만, 도시 전체로 놓고 보면 전력 사용을 줄여 전력망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웨버교수는 칼럼에서 “조금만 더 더운 걸 감내하는 대신 소비자들은 매일 적게는 1달러, 많게는 15달러까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보상금 규모는 전기 공급 가격과 에어컨을 얼마나 오랫동안 절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전기료를 낮출 수있고 부수적으로 돈도 벌 수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기꺼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이다. 당장 내 주변에는 휘발유 가격 몇 십 원 더 싼 주유소를 찾아 도시 반대편까지 기꺼이 차를 몰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한다.


또한 “중국과 영국, 일본의 전력 공급업체들은 전기를 쓰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이렇게 ‘수요에 맞춰 공급을 조절하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도입했다. 몇몇 업체는 전력망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맞춤형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실험하고 있다. 전력망을 유연하게 관리하는 건 기후변화 대책으로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수요가 아무리 늘어나도 무리 없이 공급할 수 있는 예비 전력을 유지하려면 전기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이 제안이 인상적인 건 바로 지금의 상황을 모두 주어진 것으로 여기지 않고, ‘기본값’을 바꿨다는 점이다. 아무런 의사도 표시하지 않았을 때 어떤 제도에 등록하는 걸 기본으로 설정하고, 특별한 상황이 있어 원하는 사람만 등록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기를 등록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고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각 가정에 설치할 수만 있다면, 그 뒤에는 모두가 불편을 조금씩 나눠지는 대신 훨씬 큰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될것이다. 웨버 교수는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설치하면 보조금이나 추가 보상을 주는 회사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론적으로는 흠잡을 때 없이 좋은 제도가 현실에 접목되지 않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절전에 동참하게 해 정전을 예방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로 걸림돌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기후변화 때문에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띠는 기후 재해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도입해 볼 만한 대책이라고 생각된다.

 

인용: You Should Be Getting Paid to Prevent Heat Wave Power Outages
By Michael E. Webber /  New York Times
조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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