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몰지각한 학부모들의 일그러진 자녀 사랑!

‘교육과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어느 정도이고, 교사들의 고통은 또 얼마나 클까? 교사들이 악성민원 사례를 폭로하면서 ‘미투(Me Too)’ 운동을 펴고 있다. 빗나간 자녀 사랑과 교권 침해 등으로 일그러진 학부모의 민낯이 들춰지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경기교사노조가 ‘교육을 죽이는 악성민원, 교사에게 족쇄를 채우는 아동학대 무고. 이제 이야기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사이트를 개설해 학부모 악성민원 사례를 제보 받고 있다.


여기에 올라온 사례들을 보면 황당하고 무례한 요구, 폭언과 협박 등이 교육 현장에서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대표적인 몇가지 사례를 보면 ‘교직 경력 25년차의 나름 베테랑 초등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A 교사는 “일거수일투족을 학부모에게 감시당한 듯했고, 지속적인 민원 제기 때문에 병가를 냈고 복귀후에도 학부모의 민원 제기는 달라지지 않아 결국 휴직하게 됐다”고 한다. 내용을 보면 “학부모는 수업 중 제 발언, 알림장 기재 내용, 학생 사진이나 기타 학급 소통 창구에 게시하는 내용들도 문제 삼아 하루에 한 번씩 지속적인 민원을 교육청에 넣었다”고 한다.
교사를 아랫사람처럼 대하는 학부모도 많다고 한다. 모 교사는 “6학년 담임 시절. 매일같이 2,3교시에 등교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특수도 아니고 병력도 없는데 학부모는 본인의 자녀가 다른 학생들과는 ‘다르다’며 매일 현관으로 마중나와 달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던 교사는 “학생간의 다툼이 있어 이를 부모한테 알렸는데 학부모가 새벽에 항의하고 변호사와 함께 학교에 찾아와 교장선생님과 함께 빌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교사는 “지금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교사들의 결혼과 관련해 이런저런 부탁이나 참견이 많다고 한다. 특히 결혼 시기와 관련해 “제 아들 졸업할 때까지 결혼하지 말라”라거나 “학기 중에는 수업 결손 생기니까 방학 때 하라”라는 참견을 들었다는 사연도 있다.


악성 민원 사례 가운데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는 학부모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았다. 결국 교사들은 사생활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밤 11시가 다 됐을 때, 긴급한 상황이 아님에도, 학부모는 “담임에게 문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다음에는 담임 말고 교장님에게 문의하겠다”며 반 협박조로 쏘아 붙인다고도 한다. 한밤 중에도 전화를 안 받으면 “전화 안 받으시네요. 전화하실래요, 내일 제가 교장실로 갈까요?”라는 문자를 남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연락이 안 되면 성희롱성 발언이나 협박을 서슴지 않는 학부모도 있고 수업 중 전화 와서 아이한테 사랑한다고 전해주라고 하거나 저녁 야식 뭐 먹고 싶은지 아이에게 물어봐 달라고 하는 등 갑질의 종류도 다양하다.


교육청은 책임이 없을까? 교사들의 글을 보면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 가운데는 교장이나 교육청을 들먹이며 교사를 압박하는 사례가 꽤 많다.  


교사들의 약한 고리를 알고 그 지점을 학부모들이 공략하는 것이다. 인사와 평가의 권한이 있는 교장과 교육청 앞에 평교사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고 결국 교사는 학부모, 교장, 교육청 어느 누구에게도 큰소리칠 수 없는 ‘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청이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우고 교사를 보호해야 하는데도 악성 민원마저 교사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교육청의 행태에 대해서도 교사들은 분노하고 있다.


“민원인 편에 서서 교사를 오히려 진상 취급하는 교육청이 현 사태의 공범입니다”, “부모들의 무리한 민원, 그리고 안하무인은 뭘 해도 당신들이 옳다며 갑질을 옹호해 주는 교육청 때문입니다. 오해하여 민원 넣은 학부모, 그 민원만 믿고 교사 하나 쓰레기 취급하며 교감에 씹고 뜯고 하시더니 입 싹 닫고 사과 한 마디 없는 장학사. 이런 조리돌림이 너무 힘듭니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교육청들이 뒤늦게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보호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성찰도 필요해 보인다.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학생인권조례를 손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의 권리만을 우선하는 학생인권조례의 부작용이 있다고 보고 정부와 여당에서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모양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곳은 서울과 경기, 인천, 충남, 광주, 전북, 제주 등 7곳이다. 충남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내용으로 한 주민 서명부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르면 9월 회기에서 폐지 여부를 논의한다고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24일 “학생인권조례에 학생 권리 외에 책무성 조항을 넣는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인 생각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며 개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권 추락의 근본적 원인이 학생인권조례의 문제가 아니고 학생인권조례 개정이 본질적인 문제 해결책도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교권과 학생 인권이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데 정부, 여당, 교육 당국이 이를 대립하는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문제의 핵심은 무분별하게 위험에 노출된 교사들을 보호할 대책,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교권침해에 대한 교직 사회의 분노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교사와 학생 모두의 인권신장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조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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