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탄핵 기각… 참사 책임 면죄부 아니다

공방, 정쟁화 이젠 멈춰야!

 헌법재판소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심판에서 어제 재판관 9명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을 선고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이 발의를 주도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167일 만이다. 


이날 결정으로 이 장관은 즉시 장관직에 복귀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참사 원인 등에 대한 발언은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발언으로 인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안전관리 행정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심판은 그러나 법조계 인사 상당수가 기각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 사실이었다.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있겠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할 때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가 “이 장관이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거나 “참사 전 미리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하지 않은 것을 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다음 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라는 망언으로 유족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추후 사과했지만, 떠밀려 내뱉은 수준에 불과했다. 이 장관이 탄핵소추까지 이른 데에는 현행법상의 위법 여부보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사과하고 책임지는 도의적 태도의 결여가 결정적이었다.


야당과 유족, 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재난 업무의 총괄·조정 의무가 있는 행안부 장관이 사전 보호조치를 준비하지 않았고, 사후에도 법률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고 직전까지도 탄핵 촉구 의견서를 낼 정도로 문책 의지를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졌다고는 해도 이 장관과 정부가 유족의 슬픔과 고통 앞에서 더 겸허해져야 하는 이유다.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도 이 장관의 참사 관련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한 것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업무에 복귀한 이 장관은 환골탈태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희생자를 외면하는 이전과 같은 자세를 이어간다면 국정 운영에 부담만 될 것이다. 이 장관은 헌재 결정 이후 “10·29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어떤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 할지 지난 6개월간 많이 고심했다”고 밝혔다. 


탄핵 기각 후 이태원 유족이 실신했다는 소식은 이 장관의 향후 행보에 무게를 더한다.


헌재 결정을 계기로 정치권과 우리 사회는 재난과 참사를 대하는 자세를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커졌다. 


재난·참사가 안긴 고난을 극복하는 데 정부와 국민이 온 힘을 합치고 아픔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적 공방에 매몰돼 국론 분열과 갈등 확대의 구실로 삼는 행위는 더 없어야 한다. 


탄핵소추에 나선 야당 또한 헌재의 결정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애초 위법성이 불투명해 기각이 예상됐었다. 


그걸 알고도 야당은 탄핵소추를 밀어붙였고 결과적으로 행안부 수장은 오랜 기간 공석이었다. 


그 와중에 수해로 인해 사망·실종자가 무려 50명이 발생했다. 탄핵소추는 감정적으로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되는 엄중한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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