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건설사 줄도산… 한국 경제는 빨간불

지역 중소건설사 ‘줄도산’ 우려… 정부, 나서야

 건설·주택업계의 한숨 소리가 짙게 들려온다.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시행사·시공사·분양사 등 사업자들은 지난해보단 올해가, 올해보단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한다. 주택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통계는 이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특정 지역, 대형사 등에 국한된 내용일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오늘은 어디가 폐업할지,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도 언제 폐업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어서 걱정이 한가득하다.


중도금 집단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고전하던 지방의 일부 아파트 분양 단지들이 잇따라 협약은행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색으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아직도 적지 않은 단지들이 중도금을 내줄 은행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은 수주산업 특성상 원·하도급 관계로 여러 기업이 얽혀 있어 연쇄 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년째 중도금 대출 금융기관을 찾지 못했던 대구 수성구 파동 ‘수성레이크 우방아이유쉘’은 최근 중도금 대출 협약을 맺었다. 분양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 컨소시엄과 협약을 맺었다”라며 “금리는 7% 정도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2021년 10월에 분양한 이 단지는 1차 대출 실행일이 2022년 2월이었다. 1년이 훌쩍 지나서야 어렵게 대출창구를 확보하였지만, 일부 분양자들의 계약을 해지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어 건설사들의 줄도산 위기는 현실로 다가왔다.


대출 금융기관을 확보한 곳도 이 지경인데 아직도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한 단지가 적지 않다. 대 기업이라 할 수 있는 한신공영의 울산 남구 ‘울산대공원 한신더휴’의 경우 올 2월이 1차 중도금 납부일이었으나 아직도 대출해줄 은행은 안갯속이다. 분양업계 한 임원은 “일부 계약률이 개선된 단지 정도만 은행을 찾았을 뿐 많은 아파트가 고전 중”이라며 “일부 시행사는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미분양 물량 중에서도 장기 적체 가능성이 큰 지방 물량 해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에 있는 미분양은 수요가 크지 않아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건설업과 제2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현재 정부가 파악한 미분양 7만여 가구 가운데 수도권과 광역시에 있는 물량은 3만5000가구 정도로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그 외 지방에 있다.


전라도 권역 20위권 내의 A 건설사 대표는 최근 사채를 끌어와 직원들의 월급을 줬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이 거의 없었던 데다, 간혹 사업이 진행돼도 급등한 인건비·원자잿값 단가를 맞추지 못해 적자가 쌓여 더 버터 나갈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심각하게 폐업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경기도 사업을 주로 시행해 온 소형 B 건설사는 지난 4월 부도처리 됐다. 중견 건설사 몇몇 곳의 하도급 사업을 주로 진행해온 이 업체는 시행사의 부도에 따른 도미노 부도의 희생양이 되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산업 지식정보시스템(KISCON)의 폐업 공고 건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248개의 종합건설사가 폐업했다. 작년 같은 기간(150건)보다 65% 증가했고,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던 2011년 상반기(310건) 이래 12년 만에 최대치라는 것이다. 그동안 잘 나가던 종합건설사 중에서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100~300위권 중견 건설사도 여럿 무너졌다. 올해에만 대창기업(109위)·신일건설(113위)·에치엔아이엔씨(133위)이 회생절차에 들어갔으며, 지난해엔 우석건설(202위)·동원산업건설(388위)·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이 부도를 맞았다.


현재 우리나라 건설업계 구조는 크게 발주자(시행사) → 원도급자(종합건설사) → 하도급자(전문건설업체)로 이어지는데, 이 중 종합건설사는 원도급자에 해당한다. 중간에 있는 종합건설사 폐업 증가는 곧 시행사와 전문건설업체의 줄 폐업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장기간 계속돼온 미분양 사태가 해소는커녕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데다 기존 계약자마저 중도금이나 잔금을 연체하는 사례가 급증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연쇄 부도’의 공포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미분양이 많은 주택업체 등을 대상으로 재평가작업에 들어갔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주택업계는 정부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보증비율을 현행 80%에서 100%로 높여줄 것을 건의했다. 전액 보증으로 바뀌면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정부는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해 주택보증 비율을 80%에서 90%로 상향할 계획이라고만 하였지 아직도 정부의 확답은 없는 상태여서 국내 건설사들의 줄도산 위기는 아직도 진행형인 것이다. 


주택시장에서 주택 수요가 급감한 주요한 배경으로 고금리의 지속과 주택건설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꼽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시세가 낮은 비수도권의 주택을 지은 건설사는 원가 보전을 위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다 보니 비수도권 미분양주택의 장기 적체 심화로 이어지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주택 완화책으로 시행된 CR리츠를 활용해 공모절차 간소화, 세제지원, 과세특례 등의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장기적체 가능성이 큰 지방 미분양에 대해 정부가 특단의 조처를 하지 않으면 건설업과 제2금융권의 부실화가 우려되므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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