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도시’로의 전환 2

지난해 12월, 뉴욕에서는 ‘새로운 뉴욕’을 위한 패널을 통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상업용 건물의 높은 공실률과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 보고서에서 몇 가지 중요한 실천 계획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도시의 생성과정이나 구성 요소 자체, 그리고 도시 문화가 우리의 도시들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충분히 참고 볼 만하다. 


- 도시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는 과감히 버려라 
가장 명백한 걸림돌은 1920년대 이래 일하는 곳과 사는 곳을 분리해 온 단일 용도지역제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단일 용도지역이 아닌 동네가 걸어 다니기 더 좋다. 용도제 개혁은 사회경제적 분리를 심화하지 않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유연한 용도 구분을 통해 도시를 통합하고, 모든 지역에 놀이의 힘을 전파하며, 오피스 공간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


- 건물 코어의 재활용
행정 규제가 없다 해도, 20세기 오피스 건물의 얄팍한 껍데기로부터 도시를 재건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현대의 오피스 건물은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이른바 ‘깊은 구조(deep plan)’를 갖고 있지만, 주거용 건물에는 환기와 채광을 위해 창문이 필요하다. 대규모 용도 전환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아파트 구조를 초월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코어가 깊은 오피스 빌딩은 공동생활과 공동 작업에 최적화된 새로운 유형의 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다. 가장자리에는 창문이 있는 침실을 배치하고, 요리, 세탁, 작업, 운동, 사교를 위한 공간을 건물 중심부에 배치하면 된다. 이런 구조는 우리 시대의 사회적 과제인 외로움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 거리를 활기차게 
‘놀이터 도시’가 인터넷이 가져다주는 즉각적인 만족감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현장에서 역동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생활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팬데믹 기간, 도시 정부들은 오로지 노란색 페인트만을 활용해 거리를 재단장함으로써 보행자 전용 구역과 야외 식당의 혁명을 일궈냈다. 주말과 축제, 특별 전시회를 위해 거리를 비우고, 음식 바자회와 팝업 스토어를 늘리는 등 도심 놀이터를 끊임없이 재배치해야 한다. 영화관은 저렴한 4K TV로 무한정 제공되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경쟁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여름밤 야외 상영회를 늘리면 영화 관람을 다시 집단적 경험으로 되살려낼 수 있다. 이처럼 낮은 수준의 개입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에도 용이하다. ‘놀이터 도시’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야기에 그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 전자상거래와 지역 상권 간 공정한 경쟁의 장 만들기
전자상거래의 등장으로 쇼핑이 쉬워졌지만, 오프라인 기업들, 특히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고 거리에 개성을 부여하는 소상공인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작고 빠른 배달이 늘어나면서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도 늘어났다. 최근 들어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활동하는 지역에서 실질적인 토지세를 내지 않고 때로는 주 정부나 지방정부가 부과하는 판매세도 내지 않는다. 거리의 활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 정부가 전자상거래 업체가 유발하는 교통 체증 등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부과하고, 판매세를 낮춰서 지역 상권의 경쟁력을 높여줘야 한다.


- 시민 참여 
정부는 시민들이 ‘놀이터 도시’ 구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셜미디어상에서 성장한 세대에게는 진짜 세상에서 한데 모이고자 하는 강렬하고 집단적인 욕구가 있다. ‘대중교통 지향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도시주의 밈’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은 이런 욕구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에너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사무실은 인간을 인풋 삼아 큐비클 안에 넣은 다음 최대한의 아웃풋을 뽑아내는 공장이었다. ‘놀이터 도시’는 인간을 수단으로 보는 동시에 목적으로 본다.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 참여는 도시의 변화로 인해 소외될 위험에 놓인 사람들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진 자와 덜 가진 자를 위한 공간이 모두 마련되는 곳이 건강한 도시다. 접근성이 좋고 아름다우며,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개방되는 공공 공간과 사적 공간(넉넉하고 저렴한 주거 공간도 여기에 포함된다)을 제공한다면 다양한 소득 수준의 거주민들 사이에 긍정적인 교류가 가능하다.
사회적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 경제적 불평등이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시대, 사람들을 통합하는 도시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기후 위기를 직면한 상황에서 다양한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동네의 매력은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모든 형태의 차별과 맞서는 싸움에서도 사람들이 한데 모여있는 도시는 분열을 해소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외로움과의 싸움에서도 마찬가지다. 활기찬 거리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우리 세대가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서로를 향하도록 만드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인용 : 26 Empire State Buildings Could Fit Into New York’s Empty Office Space.  That’s a Sign., By Edward L. Glaeser and Carlo Ratti
*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학과장으로, “도시의 승리” 저자이며 카를로 라티는 MIT의 감각 있는 도시 연구소 소장으로, “미래의 도시”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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