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 실추시킨 잼버리 네 탓 내 탓 공방… 세계 조롱거리로 전락

세계 언론이 연일 새만금 세계 잼버리의 부실한 준비를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발 빠른 대처를 해야 할 정부 여당과 이를 도와 성공적 잼버리를 만들어야 할 야도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파행으로 치닫고 있어 우리나라 국격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준비 미흡과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두고 여야가 서로를 향해 ‘책임론’을 외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준비 부족’이다. 국민의 힘은 전임 정부를,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를 향해 서로 같은 목소리로 비판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미 폭염이 예상됐고 문제가 예상되면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문제가 발생하니 (현 정부는) 남 탓을 하고 있다”고 여권을 비판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새만금 잼버리 유치가 확정된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라며 “자기들의 발등이 찍히는지도 모르면서 정부 비판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야는 이 같은 책임론으로 최근 며칠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신경전 이면에서 양당의 고민도 감지된다. 여야가 날 선 메시지 속에서 서로의 아킬레스건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경우 집권 16개월 이후 열린 행사의 준비 부족 논란으로 책임론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1년 전 야당의 폭염과 태풍에 대한 문제 제기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대답은 치명적인 모습이다.

 

야당은 잼버리 조직위 주요 직책을 민주당 인사들이 맡은 점도 이번 파행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새만금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직은 김윤덕 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출신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준비 부족에 대한 책임론도 야당이 피할 수 없는 분야로 꼽힌다. 화장실, 세면실 등 논란이 되는 기반시설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구축했어야 했다는 내부 목소리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여야는 국회 휴회기 종료 직후인 16일 잼버리 논란에 대한 책임 추궁을 예고하고 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현안질의를 진행한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5일 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각 상임위에서 잼버리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는 사이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계기로 한국을 찾으려던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방한이 최종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긴장이 고조되며 안보 이슈가 불거진 와중에 차기 잼버리 개최국으로서 한국 사례를 참고하려던 유인마저 떨어진 데 따른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K팝 행사마저 오락가락한 잼버리 집행부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정부가 잼버리 K팝 콘서트 날짜와 장소를 6일 새만금 야영지에서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하면서 축구협회는 경기 일정을 연기하기로 하였지만 태풍 카눈 상륙이 예고되면서 정부가 잼버리 참가자들을 수도권으로 이동시켰고, 이에 K팝 콘서트 장소도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잼버리 대회가 ‘부실 준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여성가족부(여가부)는 갈등만 조장하는 누더기 조직”이라며 “여가부가 없어졌으면 대회도 훨씬 잘 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원래는 강원도와 서로 경쟁을 했고 전북이 자기들이 하겠다고 해서 가져간 것”이라했다. 전북지역 스카우트 대원들이 성범죄 부실 대응을 이유로 잼버리 조기 퇴영을 결정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최악의 국민 배신”이라고 비판한 것에 관해서는 “이 사건은 성범죄가 아니라는 안일한 조직위의 대처가 화를 더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가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있다. 김 장관은 8일 새만금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가 향후 부산 엑스포와 같은 국제행사 유치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김 장관은 “지금은 위기 대응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그런 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오히려 대한민국이 가진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의 새만금에서 열린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준비 부실 논란 속에 대원들이 수도권 등으로 모두 떠난 가운데, 전북도의원 절반 가까이가 독도로 느닷없이 견학을 떠나려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취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부실 잼버리의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는 데다 지난 수해 피해복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외유성 견학을 가려고 했던 도의원들에 대해 주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지역에서 열린 큰 국제행사였던 잼버리가 파행하면서 행사 종료 후 여러 감사·수사 등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에 견학을 계획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편 여권 내에서 잼버리 대회 논란과 관련해 현 정부 내각 일부에 대한 해임 조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현재 조직위 공동위원장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세계적인 행사는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이 잼버리도 대한민국 정부가 주최한 것”이며 “이번에 잘 수습이 돼서 정말 아무런 피해 없이 (잼버리 대원들이) 다 돌아가면 정부의 최고위 관계자가 사과하고 유감의 뜻을 표하는 게 국제적으로 필요해 보인다.”는 말이다.

 

준비 부족 및 부실한 운영으로 국내외에서 질타를 받는 가운데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잼버리 행사에서 공연할 수 있게 국방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왔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전북 새만금에서 개최된 세계 잼버리 대회는 준비 부족과 미숙한 운영으로 국격이 추락하는 행사였다”며 “월드컵, 올림픽, 세계엑스포 등을 치른 경험을 가진 대한민국이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답답하고 부끄러운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잼버리 대회에는 일본에서 개최되었던 대회보다 1만여 명이 많은 세계 청소년들이 참가했다. 이렇게 많은 청소년이 대한민국을 방문한 것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와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보기 위하여 방문했을 것”이라며 “이 소중한 손님들에게 새만금에서의 부족했던 일정들을 대한민국의 문화의 힘으로 채워줄 필요가 있다”며 BTS를 거론했다.

 

이에 잼버리 파행 만회를 위한 K콘서트 출연 강요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잼버리 파행’을 만회하기 위해 정치권이 아이돌 그룹 BTS(방탄소년단)의 등판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SNS에서 “BTS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반민주주의를 단호히 거부한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명서가까지 돌고 있어 성사 여부도 주목된다.

 

정부와 여당도 민주당도 참가자들이 마지막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며 잼버리 예산 1170억 원을 썼다는데 어떻게 썼는지 철저한 감사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파행에는 여·야가 따로 없어 보인다. 정부 부처, 특히 큰 책임 주무 기관인 여가부하고 전북도이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낱낱이 살펴봐야 할 것이며 분명한 책임 또한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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