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언제나 불안한 이유는…

2020년 이후 가장 부유한 1%가 전 세계에서 새로 창출된 부의 2/3를 차지했다. 나머지 99%가 갖게 된 것의 두 배를 상위 1%가 독식했다는 뜻이다. 2022년 초에는 단 10명의 억만장자가 소유한 부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30억 명의 사람들이 가진 것의 여섯 배에 달했다. 미국에서는 상위 10%의 부유층이 모든 자산의 7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경악할 만한 통계지만, 이제는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불평등은 단순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분법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마저도 불평등에서 오는 불안을 널리 느낄 만큼 보편적인 문제다. 우리 모두 정도는 다르지만 미래에 대해 부담과 걱정,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잠재적인 위협에 맞서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며 근본적인 사회 공동체의 시스템이 변화되지 않으면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불안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안정을 얻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들, 즉 돈을 벌고 자산을 구입하고 학위를 따고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일들, 곧 우리가 갈구하는 안정은 다른이들의 불안정을 야기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가진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다른 사람들의 주거 안정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원리와 같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실존적 불안이 아니다. 우리가 불안을 덜 느끼도록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사회 구조는 완전히 반대다. 이것은 ‘만들어진 불안감’이다. 실존적 불안이 인간과 뗄 수 없고, 그래서 이를 받아들이고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라면, ‘만들어진 불안’은 착취를 용이하게 만들고 우리의 자존감과 웰빙을 끊임없이 공격해 이익을 취한다. 정치가와 사업가, 마케팅 업계는 우리의 경제 시스템이 불안할때 그것을 기반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우리 모두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 만들어진 불안이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를 인식해야만 그제야 다른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최근 수십 년 사이 불평등이라는 개념을 부상시킨 일련의 전개는 동시에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부유한 사람이건 노동자 계층이건, 그 불안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은 이들이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찾고, 심지어는 주기적인 충격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이들은 아무도 이길 수 없고 자신들도 스트레스를 받으며 언제나 고군분투해야 하는 게임을 만들어 냈다.

 

불안감이 사회적 위계와 지배를 정당화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심지어 전 세계적으로 극우파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의 불안감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동시에, 희생양들을 앞세우며 입지를 키웠다.

 

영국의 정치이론가 마크 네오클레우스는 “‘불안(insecurity)’이라는 단어가 영국인들의 언어생활에 등장하게 된 것은 시장 중심 사회가 막 태동하기 시작한 시기다”라고 한다. 자본주의는 부정적인 감정을 동력으로 삼았다.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물건을 사들였다. 한 잡지‘Printers’ Ink‘를 보면 “행복한 고객은 불행한 고객보다 돈이 덜 된다”고 쓰여있다.

 

만들어진 불안은 우리에게 더 많은 돈과 물건을 모으도록 한다. 연결, 의미, 목적, 만족, 안전, 자존감, 존엄과 존경 등을 두루 포함하는 ‘안정’이라는 것은 사실 상품화될 수 없지만, 우리는 돈과 물건을 안정에 대한 일종의 대리물로 인식하게 됐다.

 

불안감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장 가혹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몇 년간 불평등이 건강과 행복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온다. 불평등의 증가와 이로 인한 불안감은 신체적 질병, 우울증, 불안 등으로 이어진다. 경제적인 극단의 세상에는 가장 부유한 이들조차도 자산의 가치, 자기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부유한 이들조차 끊임없이 위를 바라보며 숨 가쁘게 달려가는 이유는 바로 이 불안감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내가 가진 것이 충분치 않다고 느끼는 위화감은 단순히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을 보는 데서 나오는 반응이나 단순한 욕망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부나 빈곤에 상한선도 하한선도 없는 불안하고 위험한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즉 부유한 이들조차도 새로운 형태의 안정이 존재하는 세상, 새로운 규칙을 다시 쓰는 것으로부터 이익을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공유한 실존적 불안을 인식하고 ‘만들어진 불안’이 현재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불리하고 작용하는지 이해한다면 우리는 불안감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승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의 시스템이 두려움과 불안을 만들어 내고 이용하는 방식이라면 절망과 고통이 아닌 관심과 배려를 기반으로 한 집단적인 형태의 안정을 위한 전환의 노력과 의식있는 연대가 필요하다.

 

 

인용, 원문 : Why Does Everyone Feel So Insecure All the Time?

By Astra Taylor

 

조은별 기자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