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왜 결혼을 안할까? ‘그냥’ 결혼하기 싫어서…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는 압박은 어느 사회에나 있었다. 자녀가 곧 일손이자 소중한 노동력이던 시대는 지났지만, 결혼한 남녀로 이루어진 가정은 여전히 사회의 기본 구성단위이자, 다음 세대의 사회 구성원을 생산하고 길러내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과 선택지가 생겨나고 있지만,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미국에서는 새삼스레 전통적인 형태의 ‘결혼한 양부모 가정’이 모두의 행복에, 특히 아이들 교육에 좋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사람들이 왜 결혼을 안 할까?’라는 질문에 구구절절 친절하게 답하는 칼럼이 뉴욕타임스에 실리기도 했다.


미국 인구통계국(Census Bureau)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100명당 결혼한 사람의 수가 1970년에 85.9명이었던 것에 비해 2010년대 들어서는 30명 대로 떨어졌다. 왜 예전보다 결혼을 덜 하는 것일까?


연애, 결혼, 임신 및 출산 전문 칼럼니스트 애나 루이 서스먼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결혼을 통해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싶어 하는 이성애자 여성은 여전히 많지만, 이들이 ‘괜찮은’ 남성 파트너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와 역사와 문화가 다른 미국을 동일시 할 수는 없지만 세계화의 한 울타리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은 참고할 만하다.


칼럼에서 서스먼은 여성이 원하는 결혼 상대의 조건으로 흔히 경제력이 중요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서스먼은 오히려 연애와 결혼 생활을 통해 질 높은 정서적, 감정적 경험과 교류를 원하는 여성들이 느끼는 좌절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사회가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남성을 키워내는데 실패했다고 분석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은 개인주의, 물질 만능주의 경쟁사회에서 만들어진 인적 결과를 탓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이들이 이전만큼 연애와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혼외 출산이 터부시되고, 정책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낮은 혼인율이 곧 저출생으로 직결되므로 더욱 큰 문제로 여겨진다.


서스먼의 칼럼을 읽다 보면, 2020년 우리나라의 한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1인 가구 보고서’가 떠오른다. 25~59세 1인 가구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결혼 의향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전년도보다 6%P 높아진 23.4%에 달했는데, 가장 큰 이유로 남성은 “경제적 부담”을 꼽았지만, 여성은 “그냥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냥”은 말 그대로 이유가 없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말로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를 함축하고 있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결과로 화제가 되었던 작년 한 조사에서도 성별 간에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남성은 55.8%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여성은 44.3%만 그렇게 답했고, 미혼 남녀 간 차이는 더 컸다. 이 조사에서도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남성은 주로 경제적인 이유를 첫 손에 꼽은 반면, 여성 응답자 가운데는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답변도 많았다.


사실 인류 역사 전체로 보면 사람들, 특히 여성이 결혼을 선택 사항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수천 년간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고, 가부장의 보호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여권 신장을 위한 오랜 투쟁 끝에 여성이 교육받고 직업을 갖게 된 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여성도 연애와 결혼을 행복한 삶의 요건 중 하나로 보고, 상대를 찾을 때 선호와 취향, 가치관, 정서적 교류 등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돈 문제는 분명 남녀 모두에게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걸림돌이지만, 경제적인 이유만이 다는 아니다. 아마 한국에도 확고한 비혼주의자 외에 결혼과 자녀를 원하지만, 마땅한 좋은 상대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낮은 혼인율과 출생률을 문제로 인식하고 정책으로 이를 다시 높이려는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결혼 안 하고,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고루 들어야 한다. 그러나 서스먼의 칼럼에서처럼 결혼률이 낮은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닌 결혼이 좋은 인성을 갖추고 가치관과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정신적 동반자를 선택하고 추구하는 과정이라면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만들어내고 있는 ‘성공’이란 구조적인 근본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결혼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는 사회적 문제이다.


원문인용 : Why Aren’t More People Marrying?
 Ask Women What Dating Is Like.
By Anna Louie Sussman

 조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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