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老化)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노화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물의 신체기능이 퇴화하는 현상이다. 세포의 노화는 세포가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노화는 일반적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감소하고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며 질병에 걸리는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다.


작가 로저 로젠블랏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58세의 나이로 ‘나이 듦의 법칙(Rules for Ageing)’을 썼다. 58세는 물론 적지 않은 나이이다. 몇 년 뒤면 노인으로 불릴 것이며, 40대와 50대를 보내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2023년, 이제 83세가 된 그는 자신이 노화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가 지난 9월 30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란을 통해 진짜 노화를 이야기하며 언급한 몇 가지는 우리에게 진짜 노화가 어떤 것인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해 덜 이야기하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널리 알리고 고민하고 토론한다고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진짜 노화의 예로 몇 가지는 택시를 타기 어렵다는 것, 곧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과 건강이 나빠지면서 의사를 자주 만나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문화와 멀어지기 때문에 TV 스타나 유행어를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로젠블랏이 말하는 것들은 모두 노화의 한 결과이다. 움직임(mobility)은 정희원 교수가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다”에서 느리게 늙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 중 가장 먼저 이야기되어야 한다.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자기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은 필수 조건이다.


움직임은 근육의 문제이며, 노화는 근육의 생성을 어렵게 하고 근육량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정희원 교수는 젊을 때부터 근육을 많이 비축해 놓고 나이 든 뒤에도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을 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러 장기가 수명을 다해 의사를 만나야 하는 것도 노화의 결과이다. 반면 TV 스타나 유행어를 모르게 되는 것은 세대 간의 취향의 단절 때문이지 노화의 직접적인 결과는 아닐 것 같다. 혹은 젊은 세대에 더 집중하는 자본주의 미디어의 영향이라는 좀 더 복잡한 이유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물론 어떤 노인들은 치매 등의 지적 능력 퇴화로 문화 활동을 즐기지 못할 수도 있다. 


노화에 대해 오늘날 우리는 매우 양면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한쪽에서는 인류가 노화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하버드의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가 쓴 ‘노화의 종말’은 그런 포부를 담고 있다. 20세기 이후 인간의 평균 수명은 계속 늘어났고, 어쩌면 지금의 80세나 90세를 넘어 100세 이상이 평균 수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다수의 학자는 인류가 노화를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하다. 그보다는 로젠블랏이 이야기한 여러 가지 불편을 최대한 덜 겪으면서, 곧 죽기 전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현실적인 목표가 됐다. 유행어로 자리 잡은 9988123, 곧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 이틀 아프고 사흘째 세상을 떠나자는 말이 바로 그런 뜻일 것이다.


이런 삶이 목표가 되는 이유는 대부분 노인이 그렇게 세상을 떠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강을 잃은 상태에서 삶을 지속하게 될 경우 자신뿐 아니라 주변에도 이런저런 폐를 끼치게 된다. 특히 신체의 퇴화는 종종 지적 능력의 퇴화를 동반하며, 이는 누구도 그리기 싫은 자신의 미래일 것이다. 삶의 마지막 10~20년을 그렇게 의미 없이 보내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베스트셀러인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인간답지 못한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현대 의료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인류가 극히 대운을 타고나 앞으로 몇십 년 안에 획기적인 수명 연장 기술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류가 실제로 죽음에 정면으로 도전한다는 것은 아마 우주에 존재하는 생명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아이러니일 것이다.


원문 인용
What They Don’t Tell You About Getting Old, 
By Roger Rosenblatt-
The New York Times
조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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