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사라지고 있는가?

전 세계 선진국들은 꽤 오래전부터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와 씨름해 왔다. 그중에도 한국의 사례는 눈에 띄는 연구 대상이었다. 부유한 나라들은 대개 출산율이 자연 대체율(2.1) 이하로 내려가는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출산율이 아무리 낮아도 여성 한 명이 1.5명 정도를 낳는 수준까지 내려가는 게 보통이다. 예를 들어 2021년 미국의 출산율은 1.7, 프랑스는 1.8, 이탈리아는 1.3, 캐나다는 1.4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인구 감소 추세는 단연 돋보인다. 1980년대 자연 대체율 이하로 떨어진 한국의 출산율은 최근 들어서도 계속 내려가고 있다. 2018년에는 출산율이 1보다 낮아지더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0.8로 떨어졌고, 올 2분기, 3분기 잠정 데이터의 예상치를 보면, 출산율은 0.7로 더 낮아졌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자세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출산율이 0.7이라는 말은 곧 전체 인구가 200명이라면 자식 세대에 인구가 70명으로 준다는 뜻이다. 14세기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보다 더 빨리 인구가 줄어드는 셈이다. 자식 세대를 지나 손주 세대까지 가면, 산술적으로 처음 200명이던 인구는 25명이 된다. 그리고 그다음 세대에는 스티븐 킹의 소설 ‘더 스탠드’ 속에 등장하는 슈퍼 독감으로 인구가 급감한 때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그러나 나는 내가 낙관론자라고 생각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만 해도 인구 폭발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들은 가파른 인구 증가세가 아무런 제동을 받지 않고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가정은 틀렸다. 마찬가지로 인구가 자꾸 줄어드는 추세 속에 번성하는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을 이유를 찾아낼 거고, 사람들도 생각을 바꿀 것이므로, 저출생 추세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낙관론의 관점에서 나는 한국의 출산율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지금처럼 낮은 수준에 머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산술적으로는 출산율이 반등하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 낮게 유지되면 현재 5,100만 명인 한국 인구는 몇십 년 뒤엔 수백만 명으로 쪼그라들 텐데, 그럴 일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60년대 후반이면 한국 인구가 3,500만 명 이하로 급감할 거라는 추산은 신빙성이 있다. 이 정도로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한국 사회를 전례 없는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인구 구조가 급격히 역피라미드 모양으로 바뀌는 사회는 두 갈래로 난 길 앞에 선다. 급격한 경제적 후퇴를 받아들이는 길 혹은 외국인의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길이다. 서유럽의 사례를 보면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한 수준의 이민자가 유입되자, 사회가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생겼다. 급격히 노령 사회가 되면, 사회는 노인을 온전히 부양할 수 없게 되고, 곳곳에 유령 도시와 폐허로 변한 고층 빌딩이 속출한다. 노인들을 부양하는 일을 빼면, 경제 전반에 제대로 된 생산 부문이 어느 하나 굴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몇 안 되는 젊은이들은 사회를 등지고 다른 나라로 떠나려 할 것이다. 


한국의 사례는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으로 보이는 요인도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저출생과 인구 감소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지나친 교육열과 잔인한 입시 경쟁이다. 한국 아이들은 지나친 경쟁 때문에 부모는 늘 걱정에 휩싸여 있고, 학생들의 삶은 한마디로 끔찍하다. 사정이 이러니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가정을 꾸리는 일 자체가 너무 힘겹고 엄두조차 안 나는 미션이 돼 버려 아예 아이를 낳을 생각을 접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문화적 보수주의와 한국의 급격한 사회적, 경제적 근대화가 빚은 충돌도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다. 전통적인 가치관과 사회적 통념이 매우 강력한 한국에선 이른바 성 혁명이 오랫동안 억제됐다. 예를 들어 혼외 출산율이 매우 낮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사회 전반의 보수적인 가치관에 저항하는 페미니즘의 등장과 그런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주로) 남성들의 반응으로 이어져 성별에 따른 정치적 양극화를 낳았고, 그 결과 혼인율은 더 낮아져 역대 최저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한국의 보수주의는 역사적으로 유교 가치관과 가족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는 종교를 바탕으로 형성된 서구의 보수주의와 결이 다른데,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더 도움이 안 된다. 내 생각에는 같은 보수주의라도 강력한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하는 보수주의가 전통적인 가치관에 뿌리를 둔 보수주의보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데는 더 효과적이다. 


한국의 상황이 꼭 미국과 정반대로 대비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미국 사회도 조금씩 겪는 일을 훨씬 더 심각한 수준에서 겪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Z세대의 경우 남녀 사이에 가치관이나 이념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미국 사회도 가상의 존재가 주는 유혹과 그로 인한 여러 병리적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힘겹게 싸우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지 충격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 만큼 진지하게 새겨 들어야 할 경고다.


Is South Korea Disappearing?, 
By Ross Douthat
조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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