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와 정치 경계 넘어 자리만 바꾼 ‘방탄국정’

김건희 일병 구하기, 호위무사 한동훈

 우리나라 영부인의 잦은 명품백 구설수…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어떤 생각이 들까. 해외 순방 중 명품샆 쇼핑에 이어 최근에 불거진 ‘명품 가방’ 등을 받은 의혹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민 앞에 사실관계를 밝히고 해명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실은 언론의 관련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아버리는 등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법을 그 누구 보다 지켜야 할 검찰 출신 윤 대통령이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아선 안 된다’라는 청탁금지법(8조 4항)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당시 영상을 보면, 김 여사는 최 목사가 건넨 선물을 거부하거나 되돌려주지 않았다. 윤 대통령도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았을 때 신고하도록 한 의무(청탁금지법 9조 1항), 금품을 반환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도록 한 의무(9조 2항) 등을 지키지 않았다.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는 않으므로,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 조처라도 해야 한다. 대통령 부부라고 봐주거나 법적 기준을 달리 적용해선 안 될 것이다. 여기에 수사 지휘권을 가지고 있었던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번 명품백 청탁 금지법 사건을 두고 공작 운운하며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치고 나서며 대통령 부부의 편 들기에만 급급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했다. 한 전장관은 국회에서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갖고 있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다”라며 총선용 야당의 공작이며 내년 총선에서 여러 독소조항이 있는 김건희 특검법을 야당이 정치적으로 활용할 거라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도 서울의 소리 고발로 이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전 장관의 본말을 뒤집는 발언은 의도가 매우 의심스러울 뿐이다. 한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기본적으로 그 내용들을 제가 보면 일단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다. 그 몰카 공작의 당사자인 ‘서울의소리’가 고발했던데, 그러면 우리 시스템에 맞춰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김 여사 말고 서울의 소리를 수사하겠다는 겁박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설치·운영 함정 취재라 할지라도 김 여사가 명품백을 거절 또는 돌려줬어야 한다. 돌려주지 않음은 명백한 위법사항인데도 이런 논리를 내세워 온 국민이 알고 있는 김 여사의 범법 행위를 가리려 한다면, 누가 현 정부를 신뢰할 수 있으며 이런 수사를 이해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은 쌍팔년도 아니고 왕조시대도 아니라는 걸 한 전 장관과 대통령 부부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해명과 사과조차 거부하는 윤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의 뻔뻔한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민주 국가라면 권력자라 해도 국민의 의혹에 대해선 답할 책무가 있다. 이를 보도한 언론을 탓하기 이전에 대통령 부부와 법무부 장관부터 기본을 지켰어야 한다.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이른바 ‘쌍 특검법’은 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바 있다. 국회법에 따라 자동상정된 특검법은 양당이 일정을 합의한 오늘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점쳐진다.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악법은 국민선택권을 침해한다”라며 한 전 장관이 빗장을 쳤다. 국회법 절차를 거친 특검법을 ‘악법’이라 매도한 건 법무·정치의 경계를 넘는 ‘방탄 국정’이자, 주무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겠다는 여당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지인 동반 해외 순방, 관저 공사 수의계약 특혜 논란 등 그간 김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은 건건이 여론의 분노를 샀다.

 

‘김건희 리스크’가 일으킨 국론 분열과 정치 갈등을 앞장서 해소하는 게 특검법 이행을 주도해야 할 법무부 장관으로서 마땅한 자세 였을 것이다. 이제 한 전 장관은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되었다. 비대위원장의 최우선 임무는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이고, ‘김건희 리스크’는 여권 혁신의 핵심과제이다. 그런데 김 여사 비위 혐의를 덮고 가자며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한 전 장관이 여당의 비상체제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굳이 ‘한동훈 비대위’라면 여당은 ‘용산 출장소’를 벗어날 수 있을지부터 국민 눈높이에서 냉철히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한 전 장관은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답변한다. 국민의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김건희 특검법은 한 전 장관이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으로서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될 현안일 것이다.

 

명품 가방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등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됐다. 같은 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해당 의혹과 관련된 고발이 접수됐다 한 전 장관, 아니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이 대통령 부부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서고 있어 이번 사건의 수사가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김 여사의 혐의가 사실임에도 대통령의 배우자라는 이유로 어떤 기관의 조사나 수사를 받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공직윤리와 공직기강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