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중학생에게 돌멩이를 들게 하였는가

최근 날씨마저 소한과 대한 사이에서 영상·영하의 경계를 오가며 약한 모습을 보이던 날씨가 대한을 지나자마자 제대로 오기를 부렸다. 갑자기 영하 20도 안팎을 넘나들며 변덕을 부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민생현장은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민생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오로지 그들의 생각은 기득권세력의 싸움에만 몰두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이웃인 소상공인의 삶터가 더 춥다. 코로나19 이후 좀 풀리려나 기대했다. 그러나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와 인건비 등에 소상공인들은 기가 팍 질렸다.


이재명 대표의 피습 20여 일 만에 배현진 의원이 테러를 당했다. 범인은 손에 들고 있던 돌로 배 의원의 후두부를 시작으로 10여 차례나 가격했다.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15세 미성년자라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다.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특히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다. 정치는 유권자와 직접 접촉하고 소통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총선을 앞두고 더욱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야 할 시기가 됐지만 이제 정치인들은 홀로 길거리에서 유권자를 만나기 어렵게 됐다. 


왜 우리나라 정치가 강 대 강 아니 적군과 아군의 전쟁터가 되어버렸는지 이 시점에서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정치인을 떠나 언론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인지 여·야의 언론사가 뚜렷하게 구분지여 지고 있어 자극적인 기사들이 난무하고 심지어는 가짜뉴스까지도 여과 없이 송출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일부 극렬 유튜버들이 전직 대통령의 사가에까지 찾아가 온갖 욕설과 심지어는 살인을 예고하는 목소리도 여과 없이 송출되고 있어 어쩌면 이런 정치테러의 원인 제공자이기도 하다. 오랜 정치 양극화 피로감이 정치테러 불상사 등 양당체제에 누적된 국민적 불만이 배경으로 보인다.


여야가 겉으로는 ‘민생 최우선’을 외치면서도 정작 민생 법안 입법에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 법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정쟁에 매몰되면서 일손을 놓은 상태다. 여당과 정부는 법안 처리를 위한 설득이 부족하고, 거대 야당은 강성 지지층의 눈치만 보면서 법안을 외면하고 있다. 여야의 협상 불발로 83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을 범법자로 내몰 수 있는 중대 재해 처벌법의 유예가 무산됐다. 이 법은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됐다. 영세 사업주들은 2년 유예를 눈물로 호소했으나, 여야는 강 대 강 대치와 ‘네 탓 공방’만 벌였다. 
총선을 앞두고 ‘제삼지대’ 움직임이 국민에게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각자 창당을 준비하던 이낙연 전 대표와 비 이재명계 탈당파 측이 내달 4일 단일 정당을 창당한다고 선언했다. 앞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한국의 희망 양향자 대표의 합당 선언에 이어, 민주당이 뿌리가 두 갈래로나 뉘었다 다시 하나로 뭉치는 등 혼돈 그 자체이다. 이러한 정치행태를 보고 있는 국민은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상대를 ‘악마화’하고 그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하는 일은 이미 수년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2017년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에서는 성난 군중이 언론 등을 향해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표출했었다. 지난해 이재명 대표의 단식 국면 때에는 한 지지자가 흉기로 자해하는 소통이 벌어졌고 또한 칼을 휘둘러 제지하려던 경찰이 상처를 입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때에는 화가 난 한 집회 참가자에 의해 경찰이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의 최상단에는 역시 정치가 있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 혹은 생존을 위해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지지층을 앞세우며 이를 조장해온 측면이 있다. 대중 정치인의 ‘비생산적 분노’가 대중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경계했던 막스 베버의 경고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민주주의의 퇴보가 모두를 망가뜨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라는 용어가 있다. ‘깨진 유리창을 내버려 두거나 지저분한 거리를 그대로 두면 도덕적 해이가 증가해 우범지대가 된다는 이론’이다. 


국민과 산업계는 민생 법안 처리 지연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안보 및 경제 위기는 심각하다. 한국산 수출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그쳤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연이은 북한 미사일 도발 등 이러한 안보 경제 복합위기 속에서도 진영싸움만 몰두하는 정치권이 이러한 극단적 선택을 자처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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