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역대 최고 총선 사전투표율… 뿔난 민심 어디로 향하나?

 

지난 5·6일 실시된 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에서 총선 사상 최고 투표율이 기록됐다. 방향은 다르겠지만, 다수의 사전투표 유권자들이 ‘응징 투표’에 끄덕이는 건 작금의 정치에 대한 준엄한 경고일 수 있다. 정치를 바꾸라는 절박한 명령이다. 시민들의 높은 투표 참여 열기 앞에서 여야는 겸손해져야 한다.

 

4년 전과 총선은 별다를 게 없다. 정책·비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공천 검증은 부실하고, 상대 정당을 향한 네거티브만 반복되는 선거를 아프게 성찰해야 한다. 2013년 도입된 이래로 사전투표율은 매번 선거 때마다 계속 올라가며 이제 보편적 투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높은 사전투표율은 달라진 투표 행태를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오는 10일 본투표를 마치면, 21대 총선 투표율(66.2%)을 웃도는 역대 최고 투표율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더 많은 국민이 주권을 포기하지 않고 행사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대의민주제에서 가능한 다수가 참여한 투표의 결과가 전체 민의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위기 시대에 높은 투표율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렇게 역대 최고의 총선 사전투표율을 놓고 여야는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았다. 한동훈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가 얼마나 범죄자에 대해 화가 났는지 보여주기 위해 여러분이 사전투표장에 나갔기 때문”이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성난 민심이 확인됐다”라고 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10일 투표함이 열리면 알게 될 것이다.


여야 말마따나 높은 사전투표율은 심판 여론과 무관치 않다. 야당은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내걸고, 여당은 ‘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맞서고 있다. 당장은 윤석열 정부 후반기, 더 길게는 향후 4년의 국정 주도권을 가늠할 이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층 결집이 커진 것이다. 방향은 다르겠지만, 다수의 사전투표 유권자들이 ‘응징 투표’에 끄덕이는 건 작금의 정치에 대한 준엄한 경고일 수 있다. 정치를 바꾸라는 절박한 명령이다. 시민들의 높은 투표 참여 열기 앞에서 여야는 겸손해져야 한다. 4년 전과 총선은 별다를 게 없다. 정책·비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공천 검증은 부실하고, 상대 정당을 향한 네거티브만 반복되는 선거를 아프게 성찰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뚜렷한 정책이나 쟁점이 주목받지 않았다. ‘정권 심판론’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해 다른 이슈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 내내 수세에 처했던 여권은 왜 ‘정권 심판론’이 모든 이슈를 압도하는지 그 이유를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원점에서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이를 의도적으로 회피한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야권 역시 ‘정권 심판론’을 정파적 이익에만 활용하려 들지 말고, 두려운 마음으로 민심을 살펴야 할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선거판에서 벌어지는 행태를 보라. 편 가르기와 비난전에만 집착하는 후진 정치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확인되지도 않은 주장이나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막말로 상대방을 헐뜯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국회 본회의장의 이전투구가 선거판에서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정당이나 후보들에게는 오직 선거 승리만 있을 뿐 수단의 정당성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는 사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 대결은 밀려났다. 그런데도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선택할 후보가 없더라도 덜 나쁜 사람을 찍는 것으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이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번 사전투표율이 치솟은 요인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유권자의 분노 표출이라는 점이다.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도 정권 견제와 정권 지지 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인다. 한 번도 듣지도 보지 못한 저질 언사에 범법 혐의자들의 안면몰수식 입후보가 홍수를 이뤘다. 사실과 진실이 진영으로 나뉘어 무시되는 상황에서 각 당은 오로지 극렬 지지층에 호소하는 데 집중했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놓고 여야는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맞는지 틀리는지는 투표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민심이 뿔났다는 방증이고 몰염치 비상식에 대해 심판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선거가 하루 앞이다. 이번 총선은 최악의 비호감 선거로 남을 확률이 높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초박빙으로 분류되는 지역은 늘어간다. 전국 254개 지역구에서 경합지로 분류된 지역이 50~55곳에 이른다는 건 여야 공통된 분석이다. 미세한 차이가 당락을 결정하는 곳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최악을 걸러내는 작업은 투표로서만 가능하다. 그것이 유권자의 최대 무기다.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