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전례 없는 집권 여당 참패… 불통 정치의 국민 심판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와 위성정당 비례대표를 합쳐 110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집권여당이 이처럼 크게 패배한 것은 역대 총선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는 집권 3년 차에 국정 대전환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10일 총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의 압승이였다. 32년 만의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윤석열 정부 2년 국정에 최악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2년 전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 교체를 이룬 뒤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던 국민의힘으로선 참혹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4년 전 민주당의 총선 압승은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여당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린 결과였다. 여야의 위치가 바뀐 지금, 국민은 거대 야당의 폭주에 대한 견제보다는 국정의 1차 책임을 진 정부와 여당을 매섭게 질타한 것이다. 잠정 투표율이 67%로 32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번 총선은 막말과 네거티브가 난무하면서 사상 최악이라는 혹평을 들어왔다. 여야가 모두 위성정당 폐지를 약속했지만 선거법 협상에서는 이를 가볍게 걷어찼다. ‘떴다방’ 정당이 속출하면서 무려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투표지에 이름을 올려 유권자들을 당혹케 했다.


하지만 민심은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 운영과 독선적인 ‘검사 리더십’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과 내각 곳곳에 자신이 잘 아는 사람, 같이 일해본 사람들을 배치하면서 내부의 쓴소리는 사라졌다. 언론과의 소통 단절, 입을 틀어막는 과잉 경호는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고착화했다. 나아가 밀어붙이기식 정책 드라이브는 번번이 국회 권력을 쥔 야당과의 충돌을 불렀고, 그때마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 탓과 거대 야당 탓으로 일관했다. 야당 대표와 밥 한 끼도 함께하지 않은 것이 그 단적인 예일 것이다.


대선 후 2년 만에 극적으로 변한 민심은 윤석열 정권의 거듭된 실정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2년 동안 국민 안전, 경제·민생, 외교, 인사, 협치 어느 하나 납득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잼버리 파행을 막지 못했고, 고위공직자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도 않았다. 국회 다수인 야당과 협치는 언감생심이고, 대통령은 2명의 여당 대표를 쫓아내며 당 장악에만 골몰했다. 그러니 국회에서 입법으로 국정 뒷받침이 되겠는가. 정치 실종 공백은 검찰 통치와 시행령 국정으로 메웠다. 고물가로 민생은 시름하는데 부자감세만 고집해 재정은 큰 구멍이 났다. 이념 편향 속 미·일 편중 외교로 중·러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한반도 위기에도 외교적 수단은 상실했다. 독단·불통으로 ‘무도’하고, 민생·경제에 ‘무능’하고, 안전과 정치적 책임에 ‘무책임’하다는 유권자들 분노가 괜한 것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와 협치를 외면하면서 윤 대통령은 당정 일체를 내세워 여당을 사실상 ‘윤석열의 당’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여당 대표를 연달아 내몰고 주저앉혀 여권의 응집력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런 무리한 당 장악으로 한때 확장됐던 보수의 지평은 크게 좁아졌다.


무소불위의 의회 권력이 야권에 쥐어진 이상 윤석열 정부의 국정 추진 동력은 치명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임대차보호법, 양곡관리법 등 21대 국회에서 경험한 거야의 입법 독주가 일상화될 가능성이 큰 반면 윤 정부가 24차례 민생토론회를 통해 밝힌 청사진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메가시티 서울 구상, 공시지가 현실화 폐지 등 역시 같은 코스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민주당이 추진했다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막힌 간호법, 방송3법 등은 상당한 재추진 탄력을 받게 됐다.


국민의힘은 선거전 내내 윤 대통령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일대 변신을 노린 국민의힘의 노력마저 무색해졌다. 정치 신인으로서 여당 쇄신을 외치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목련 피는 봄’ 같은 뜬구름 공약을 남발하더니 어느새 거칠고 험한 언사로 범죄자를 단죄하던 검사 시절로 돌아갔고, 선거 종반엔 ‘야당 200석’의 위기론을 내세운 읍소전략만 남겼다. 결과는 참 폐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스스로 바뀐다면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낮은 자세로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최선을 다해 설득하는 겸손한 리더가 돼야 한다. 전면적인 국정과 인사 쇄신, 열린 소통으로 신뢰부터 되찾아야 한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경고장을 받고도 6개월 동안 반성하지 않고 시간을 허비한 점은 뼈아프다. 윤 대통령이 올 들어 24차례나 민생토론회를 가졌고, 지난 1일에는 대국민담화까지 발표했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지 못했다.정부와 여당은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성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비록 늦었지만 낮은 자세로 국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지금이라도 야당과 대화하고 소통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길을 가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압승한 민주당은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 공천 파동과 사당화 논란 등 수권 정당으로서 얼마나 국민들에게 각인됐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조국혁신당도 정권심판 표심의 수혜는 총선까지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여당에 반성과 참회를 요구한 민의는 거대 야당에 겸손과 절제, 그리고 포용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2027년 대선에서 정권 탈환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의 여부는 오늘부터의 행보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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