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尹·李 첫 회동지도자의 책임 있는 자세 보여 주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이번 주 중 만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일단 만나서 소통을 시작하고 앞으로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고 했다. 이 대표도 “마음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답했며 “저희가 대통령 하는 일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대립각을 세워 국민 피로감만 높였던 여야 관계가 정상화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는 작지 않다.


그동안 이 대표의 수차례 영수회담 요구를 외면해 온 윤 대통령으로서는 회동 제의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국회를 장악한 슈퍼 야당의 리더다. 여당이 총선 참패 후 지리멸렬인 점을 고려하면 야당의 독주는 22대 국회에서 더 노골화할 것이 틀림없다. 이 대표에 등을 돌리고서는 국정 운영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여당 참패로 끝난 총선 민심은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 기조를 바꿔 야당과 협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존 정책 방향은 옳다”며 그런 민심에 부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총선 결과에 대한 사과도 국민 앞에 직접 한 게 아니라 국무회의 비공식 발언으로 갈음했다. 그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최근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어렵다. 당장 눈앞에 놓인 의료·노동·연금·교육개혁을 위해서도 야당을 국정 운영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집권 세력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준 야당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22대 국회마저 같은 양상으로 흘러가면 국정 운영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에게도 크나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첫 영수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민생’ 문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고물가, 고금리에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 대표는 민생 의제로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두 사람은 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 인선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동을 국정 운영 방식을 일대 전환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통화에서 “자주 만나자”라고 했다. 이 말대로 윤 대통령은 국회 제1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존중하고 상시 대화에 나서야 한다.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정치력을 보여야 하는 건 이 대표도 다르지 않다. 총선 승리에 취한 자신감이 모처럼의 소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민주당에서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최우선 의제로 민생과 국정 과제를 내세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다행스럽다. 


대통령실 내부에서 다음 달 10일 취임 2주년에 즈음해 기자회견을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한국갤럽의 19일 발표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현 정부 들어 최저치인 23%로 급락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원활한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회동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자존심 대결로만 흘러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마음을 열고 이 대표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더 귀 기울이는 한편 이 대표는 난국 타개를 위한 지혜와 협조 의사를 솔직히 전달해야 한다. 나라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는 지도자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동과 관련해 “만남의 날짜, 형식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대통령이 만남을 제안한 마당에 단독 회동이냐 배석자가 있는 회동이냐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마주 앉아 물리적 거리감을 해소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협치가 실종되면서 꼬이기만 했던 각종 국정 현안을 의제로 시간제한 없이 허심탄회하게 교감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 주면 된다. 


이재명 대표도 사리가 아닌 국익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치밀한 준비와 논리로 윤 대통령의 협치 의지를 끌어내야 한다. 모처럼의 영수회담이 국민과 나라를 위한 진정한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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