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민정수석실 부활이 또 다른 왕수석 부활은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했던 민정수석실 부활을 공식화하며 민정수석실을 다시 설치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민정수석비서관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번복한 데 대해 “민심 청취 업무가 취약하다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며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심 반영의 취지는 환영할 일이나 민정수석실의 업무영역이나 범위, 기능 등이 아직 불분명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민정수석실의 과거 행적을 반추해 보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여러 의구심 또한 결코 일리가 없지는 않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구심은 권력기관 통제와 공무원 사정 강화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하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민정수석실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대선 공약을 깨고 굳이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앉힌 것은 민의에 반하는 것으로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민정수석실에는 비서실장 직속의 법률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관돼 오고, 민정비서관이 신설된다. 민정비서관은 민심 청취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 신임 수석이 민정비서관실 운영 방향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차후 검토하겠다고 말할 만큼 조직 운영의 불확실성이 더 큰 문제다민정수석실은 과거 정권에서도 부작용이 있었던 만큼 이번 민정수석실 부활은 우려가 크다 할 수 있다. 민심과 동떨어진 국정 운영을 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통령이 민심 청취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민심 수렴이 우선적 이유라면 시민사회나 정치인 출신이 더 적합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정기관 통제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검찰 출신을 배제했어야 했다. 대통령은 언론 사설이나 주변으로부터 민정수석직을 다시 만들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으나 언론 사설은 대체로 대통령실의 사정기관 장악을 우려해 민정수석을 부활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대통령 주변에서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조언해서 따랐다고 한다면 왜 하필 특별히 민심을 잘 파악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없는 검사 출신을 임명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남은 3년 임기 내내 지속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겠다며 야당 의원 개인에 대한 정보 수집과 사찰까지 하는 무리수를 둔다면 또다시 민정수석 흑역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심 청취 역할을 주로 해왔던 시민사회수석실과의 업무 분담, 정부 출범 초기 민정수석실 폐지 후 법무부로 넘긴 인사 검증 기능의 이관 여부, 행정안전부 내에 신설된 경찰국 문제 등 민정수석 부활에 따라 파생되는 사안이 적지 않다. 특히 경찰국 신설은 행안부의 직접적인 경찰 통제를 가능케 하는 구조여서 '총경 회의 사태'를 부를 만큼 경찰 내 반발이 컸다. 민정수석실 부활에 따라 전반적 정비가 검토돼야 할 일이다.

 

김 신임 수석은 사법연수원 18기로 이원석 검찰총장 27기보다 9기수 선배다. 역대 정부에서는 검사 출신을 민정수석에 임명할 때도 외관상으로는 사정기관 장악이라는 의심을 피하고자 검찰총장보다 낮은 기수 출신을 임명했으나 윤 대통령은 그 관행도 따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법무부로 이관된 인사 검증 업무도 대통령에게 하는 보고는 김 수석을 통할 가능성이 크다. 김 수석이 민심 수집, 공직 인사 검증과 기강 확립, 법률 보좌 등에 사정기관 담당까지 총괄하는 왕수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전 민정수석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 무마와 박근혜 정부 우병우 전 수석 때의 각종 불법 사찰 의혹 사건 등의 논란이 재현된다면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다. 과거 정권 민정수석의 주 임무가 권력기관 통제, 특히 수사 정보 수집, 나아가 수사 개입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폐지 공약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번에 부활한 민정수석실은 사정 기능을 맡지 않는다고 하나 현 정치 상황과 무관한지 의문이다. 총선 뒤 압도적 여소야대 정국에 따른 야당의 특검 공세와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달라진 분위기 등이 민정수석 부활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을 장악해 자신과 가족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사법리스크가 있다면 내가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풀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말이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민정수석을 임명해도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 복원을 민심 정취 기능 강화라고 말해도 국민의 뇌리엔 여전히 권력기관과 공무원의 사정 통제가 본연의 임무로 각인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민심 정취 기능을 보강하려면 기존 시민사회수석실의 역할 확대로도 충분하다며 민정수석실 부활의 우려하고 있다.

 

과거 민정수석들 가운데는 정보·권력 기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다 불법·비리에 연루되는 바람에 대통령과 정권에 짐이 된 경우가 적지 않다. 역대 정권의 잘못을 되풀이하다간 윤 대통령에게는 또 하나의 악수로 기록될 것이다.

 

민심 청취라는 목적은 좋으나 또다시 왕수석 부활을 꿈꾸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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