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오물 풍선에 확성기 방송, 강 대 강 대치로 군사충돌 비화 않아야

 

전남투데이 조은별 기자 | 정부가 어제 북한의 잇따른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최전방 대북 확성기 방송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 위원 회의를 개최하고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초래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 개시를 공식화했다.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를 재개한 데 대한 상응 조처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전방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할 수 있는 11개 사단으로 구성된다. 각 사단에는 고정형 확성기가 2~3대씩, 총 24대 배치돼 있다. 2.5t 군용 트럭에 실어 운용하는 이동형 확성기도 16대 있다. 군은 2시간 동안 일부 전방사단에서 대북 심리전 방송 ‘자유의 소리’를 내보냈다. 청취 거리 10~30㎞ 수준인 고출력 확성기를 가동했다. 다만, 군은 추가 방송 여부에 대해 ‘북한의 대응에 달려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그에 맞춰 확성기를 가동하겠다는 뜻이다.


북의 오물 풍선 살포는 지난 6~7일 일부 탈북민단체가 대북 전단 수십만 장을 살포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이제 확성기 방송 재개에 북이 또 어떤 맞불을 놓을지 알 수 없게 됐다. 과거 북은 확성기 방송에 맞서 ‘확성기를 직접 타격하겠다’라며 포격 도발을 감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탈북단체의 전단 살포에 북의 오물 풍선 살포 순서로 남북 간의 자존심 대결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셈이다. 애초 대북 전단 살포를 지혜롭게 제어했다면 무릅쓰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위험이다. 이제라도 남북 모두 냉정함을 되찾고 긴장을 낮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군인과 주민 동요를 끌어내는 효과가 커 북한이 늘 민감하게 반응해온 대북 협상 카드다. 따라서 이런 확성기 방송 재개는 남북이 언제라도 ‘준전시 상태’로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오물 풍선 1300여 개를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내용물은 폐지, 비닐 등의 쓰레기로 위해 물질은 없었다. 그렇더라도 만에 하나 생화학무기를 담아 날려 보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만큼 군의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이번 확성기 재가동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야당까지 정부의 대북 전단 무대응을 비판하고 나서고 국민도 우려하고 있지만, 이번 정부와 북한의 자존심 대결로 자칫 북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남북 간 군사적 강대치 상황은 우려스럽다. 2015년에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 재개로 남북 간엔 총탄이 오가는 군사적 대치가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엔 남북 간 긴급 협상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극적인 위기관리 채널마저 가동되고 있지 않아 지금의 남북 관계는 험악한 관계의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남북은 군사적 충돌 궤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북의 오물 풍선 살포는 두말할 나위 없이 무책임하고 유치한 도발이다. 민간단체가 벌인 행위에 군 당국이 나선 것도 비례성에 어긋난다. 우리 정부의 대응 또한 합리적이라 하기 어렵다.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를 멈추겠다며 물러선 만큼,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끝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가뜩이나 민생이 위기인데 군사적 긴장까지 높여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


북측은 확성기 방송에 거칠게 반응해 온 만큼 서북 도서 등에서 복합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근 북방한계선(NLL) 북측에서 꽃게잡이를 하던 중국 어선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빠져나갔다는 보도도 있다. 정부는 북측의 군사도발 가능성에 철저한 대비를 하는 한편으로 오물 풍선 차단 대책도 확실히 해야 한다. 남북 긴장 고조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만 내세울 게 아니라 탈북민단체와 대북 전단 자제 협의도 필요하다. 표현의 자유보다 국민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무력 충돌 비화는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처럼 민간단체의 무책임한 행위엔 손을 놓으면서 ‘강 대 강’ 대결 일변도로 나아가는 건 절대 현명하지 않다. 문제는 확성기 방송 재개를 빌미로 북측이 더 강도 높은 도발을 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연이은 오물 풍선 살포와 GPS 교란으로 우리 측의 확성기 방송을 유도한 뒤 이를 핑계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짜여진 각본일 수도 있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이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북측의 군사적 도발을 경계해야 한다. 남북 간의 강대 강대치는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초래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이 시기에 군사적 위험까지 감수해가면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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