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투데이 윤진성 기자]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고 기상관측 기록들도 매일 갱신되고 있다. 어제는 111년만의 최고 온도이었고, 전국의 거의 모든 지역이 40도 가까운 온도로 끓었다. 2000여 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하고 29명이 더위로 사망하였다. 300만 마리가 넘는 가축들도 죽어나갔다. 그런데 이 폭염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곳곳이 폭염을 경험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티베트 고원에서 형성된 뜨거운 고기압의 유입, 중위도 제트기류의 약화에 위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정체 등…. 이유는 길게 설명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민생경제법안’의 하나로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는 <재난안전법>을 개정하기로 빠르게 의견을 모았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나 피해에 대해서 보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사후약방문이다. 이 폭염은 우리가 그 동안 배출해온 온실가스의 영향이다.
그리고 다른 국가들과 함께 협력하여 온실가스를 과감히 감축하지 않는 한, 앞으로 매년 발생할 것이며 그 강도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 내 어떤 정당도 최근 수정보완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의 목표가 이 폭염의 고통과 피해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지 묻지 않고 있다. 그거라도 잘 하자는 생각일까? 허나 결단코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키는 것이 최선인양 굴면서, 엄살을 부리는 산업계 달래기에 바빴다. 정부에게 이 폭염은 치솟는 전력수요로 인해서 전력 예비율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불운이며, 전기요금 걱정 없이 에어컨 속시원히 틀어보자는 이들의 민원을 유발시키는 원인일 뿐이다. 이번 폭염은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이 타당한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지 않고 있다.
어찌할 도리 없이 엎질러진 일이고 오직 관심사는 원만히 무마할 수 있기를 바랄 ‘자연재난’일 뿐, 이를 막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영역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혹시 어떻게 폭염을 막나, 피해를 보상해주고 전기 요금 낮춰주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있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올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기구인 IPCC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총회에서는 현재 기후변화가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 위기로부터 지구 전체가 벗어나려면 기후적응뿐만 아니라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될 예정이다.
또한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전지구 기온상승을 1.5도 이내로 묶자는 제안을 검토한 보고서도 발표된다. 일부 알려진 바에 의하면, 2050년에 전지구적으로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수정보완한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은 IPCC의 결론에 부합하기는 힘들 것이며,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녹색당은 명확히 밝힌다. 폭염 대책의 핵심은 기후변화 정책이고, 보다 과감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정책이다. 이번 폭염이 한국 사회에서의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을 각성시키고, 정부와 국회가 보다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사후약방문 격인 피해 보상과 전기요금 인하 논의 등이 할 수 있는 최선인양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크나큰 무책임이며, 지적 무지이자 비겁함이다. 정부와 정당은 우선 지난 달 수정보완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로드맵부터 전면 재검토하라.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목표량으로 유지된 536백만톤이 전지구 기온 상승 1.5도씨 아니 2도씨 시나리오에 부합하는지부터 확인하고, 보다 강화된 감축목표와 정책을 세워야 한다.
한편 녹색당은 더 과감한 기후적응 정책을 주장한다. 더위에 참지 못한 시민들이 에어컨이라도 틀자며 전기요금을 낮추거나 누진제를 없애라는 청와대 청원이 급증하고 있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요구가 타당한지 그리고 형평성이 있는지 차분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겨울철 도시가스 요금과 비교했을 때 저렴한 전기요금이고, 한국의 평균 가구가 그 정도를 부담할 경제력은 된다. 이런 논란은 정작 지원이 필요한 이들 및 관련 정책에 대한 관심만 흩뜨릴 뿐이다. 녹색당은 이전부터 제기해온 노동자들이 폭염 등을 이유로 요구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하루 빨리 제도화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여름 철 폭염 그리고 겨울 철 혹한 시기에서 자연재난 휴식일과 같은 제도를 주장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나 필요성의 측면에서, 이런 제도가 더욱 시급하고 중요하다.
2018년 8월 2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