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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준비한 황금세대… 사상 첫 ‘0골·전패’ 수모

여자월드컵 졸전 연속, 사실상 탈락 위기
지소연·조소현 등 황금세대, 벨 감독 체제로 4년 준비

 

전남투데이 김수동 기자 | 사상 초유의 무득점·전패 탈락. 여자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을 외치던 벨호의 이번 월드컵 예상 시나리오다.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콜롬비아전에 이어 최약체로 평가받던 모로코에도 져 벼랑 끝에 몰리며 허망하게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여전히 실낱같은 16강 진출의 희망이 남아 있지만, FIFA 랭킹 2위이자 ‘우승 후보’ 독일을 5골 차 이상으로 대파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한국은 앞서 콜롬비아 무득점 패배를 당했고 FIFA 랭킹이 무려 55계단이나 낮은 모로코전에선 단 한 개의 슈팅도 유효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에 처음 나선 모로코에게, 한국은 오히려 모로코의 역사상 첫 골과 첫 승리의 제물이 됐다.


‘에이스’ 지소연(수원FC)도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할 만큼 경기력이 무너졌다. 잦은 실수를 연발하는 등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을 넘어 전술적으로도 뚜렷한 색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른바 황금세대 대표팀을 향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이나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다. 이번 대표팀엔 조소현(토트넘) 이금민(브라이턴) 이영주(마드리드CFF) 윤영글(BK 헤켄) 등 유럽파들이 대거 합류했다. 10년 넘게 여자대표팀 주축을 이룬 지소연과 조소현 등은 전성기이다.


벨호가 대회 전부터 2015년 캐나다 대회 16강을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인 8강 이상을 목표로 외쳤던 것도 그 어느 때보다 탄탄했던 대표팀 구성 덕분이었다. 


4년 가까이 대표팀을 이끌어 온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도 앞선 2경기에서 보여준 졸전과 탈락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황금세대로 평가받는 전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제대로 된 전술을 보여주지 못한 건 결국 사령탑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숱하게 외쳤던 ‘고강도 축구’는 세계의 벽 앞에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있다. 4년을 준비하고도 졸전을 거듭한 점은 전술의 문제이기도 하다. 벨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 12월까지다.


그래도 마지막 기회는 있다. 오늘 오후 7시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독일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이다. 현실적으로 16강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대신 앞선 2경기와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지난 4년의 시간이 헛되지만은 않았음을 보여주고 유종의 미라도 거두어야 한다. 만약 독일전에서도 반전이 없다면, 한국 여자축구는 사상 처음 조별리그 무득점·전패 탈락이라는 ‘수모’와 함께 미래를 어둡게 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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