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타협 없는 쌍두마차… 환자 곁에서 풀어야!

 대한의사협회가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다.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증원을 중단하라는게 핵심 요구다. 의협은 이번에도 의사들의 동의 없이는 어떤 의료정책도 펴서는 안 된다는 오만한 태도를 드러냈다.

 

이번 집회에는 전국의 개업의뿐만 아니라 전공의와 의대생도 다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청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의사 총궐기에 제약회사 영업사원 반드시 참석이라고 해서 참여할 듯”, “뒤에서 지켜보면서 제일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에게 약 다 밀어준다고 함”, “거래처 의사가 약 바꾸겠다고 협박해서 강제 동원된다”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정부는 “불법적으로 의료현장을 비우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의무를 망설임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는 의협 전·현직 간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일부는 출국을 금지했다. 정부의 강한 압박에도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1만3천명 넘게 사표를 내고 이 가운데 90%가 실제로 병원을 떠났는데 복귀율은 10%도 안 된다. 정부가 수차례에 걸쳐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천명했지만, 환자 곁으로 돌아갈 마음은 전혀 없어 보인다.


전공의 복귀는 미미한 상태에서 의료현장에서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는 등 환자들의 고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가고 있다. 전공의 이탈 공백을 메우고 있는 의료 인력들의 피로도 또한 한계를 맞은 지 오래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환자 피해 신고 건수가 800건 가까이 들어왔다. 전공의 사직서 제출 사태로 수술을 거부당해 아기를 유산했다는 사연, 투석 치료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응급수술이 지연돼 사망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상위 5대’로 불리는 대형 병원들도 응급환자를 가려 받고 있고, 수술 축소로 암 환자 수술도 연기되는 상황이다. 병원을 떠난 의사들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환자들의 이 고통과 비극을 대체 어떻게 감당 또는 책임질 것인가?


의협은 그동안 의료계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이 논의될 때마다 보여온 모습 그대로다. 의료정책은 의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편협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필요한 일이 뭔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의사들은 못 하겠다고 어처구니없는 집단행동을 하고 있지만, 미등록 의대생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률은 수백 대 1이다. 전국 대입학원은 의대 입학을 노리는 이공계생과 직장인으로 문전성시라고 한다.

 

이제 의사 부족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당면한 현실이다. 전공의들이 정말로 의사 가운을 벗을 각오인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정부가 의사들이 원하는 정책만 펴온 결과가 공공·지역·필수의료의 붕괴라는 걸 진정 모른다는 말인가. 사회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반대에 막혀 십수 년째 의사 수를 못 늘리는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집회에서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의료 노예’ 삶이 아닌 진정한 의료 주체로 살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가당치 않다. 전공의가 ‘의료 노예’라는 주장도 어불성설이지만, 이들의 업무 과중을 따지자면 결국 그 원인도 절대적인 의사 부족 때문이라 하겠다.


또한, 의사들의 언행을 보면 최고 엘리트라는 이들이 이토록 국민 상식과 어긋날 수 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집회에서 의협 관계자는 “정부가 의사를 탄압하려 든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는 의협의 요망사항일 뿐 실제로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여론이 70~80%대로 압도적이다. 정부가 증원 방침을 취소하면 국민 저항에 부딪힐 판인데 집회에서 이런 말이나 하고 있으니 생각이 없는 한심한 발언이다. 


전공의들 복귀가 미뤄질수록 환자들 피해는 갈수록 불어날 것이다. 전임의들도 대부분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에 계약이 만료된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이들마저 현장을 떠나면 수술 지연 등 응급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환자를 저버린 의사들에 맞서 이젠 국민이 총궐기에 나서야 할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의사들은 본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선 국민 불편쯤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의협은 지난해 정부와 의대 증원 관련 논의를 할 때부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수시로 내비친 바 있다.

 

그동안 집단 휴진 투쟁을 통해 번번이 정부를 굴복시켰기에 의협의 뇌리에는 집단 휴진의 ‘효능감’이 각인돼 있을 것이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 사태에도 ‘선배 의사’인 의협의 이런 태도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최근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일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소셜미디어에 ‘다른 생각하는 전공의/의대생’ 계정을 만들어 병원과 학교로 돌아가자고 호소했다. 정부 정책에 비판할 부분이 없지 않지만,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자세다. 


정부는 어제부터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과 사법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옥석을 가려야겠으나 엄중한 대응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전공의들은 더 큰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신음하고 있는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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