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 노인 친선 게이트볼대회 참가 어르신들 바닥에 방치… 배려 없는 행사 운영 도마에

주최·주관 구분 불분명… 반복되는 영광군의 탁상행정 “선거 땐 머슴, 끝나면 상전”

 

전남투데이 박세훈 기자 | 전남 영광군이 예산을 지원한 노인 게이트볼대회에서 출전 어르신들이 인조잔디 바닥에 앉아 개회식을 치른 사실이 알려지며, 형식적인 ‘노인 공경’ 행정과 무책임한 행사 운영에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일 영광생활체육공원에서 열린 ‘제33회 영광군 노인 친선 게이트볼대회’는 대한노인회 영광군지회 주최, 영광군게이트볼협회 주관, 영광군과 영광군의회 후원 행사로, 예산은 전액 영광군청 가정행복과에서 보조금(565만 원)으로 집행됐다. 


문제는 장세일 군수와, 노인회장 등 내빈은 의자에 앉은 반면, 어르신 참가자들은 땅 바닥에 줄지어 앉아 개회식을 기다렸다는 점이다. 고령 참가자들은 차가운 바닥에서 30분 넘게 앉아 있었고, 이는 10년 전 동일한 지적이 있었음에도 반복된 상황이었다. 


당시 개회식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선거철만 되면 ‘머슴’이라더니, 선거 끝나니 상전이 돼 의자에 앉아 내려다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10년 전에도 군수에게 바닥에 앉는 문제를 직접 지적했지만, 이후에도 바뀐 게 없다”며 “말뿐인 존경은 필요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군은 “의자를 배치하면 인조잔디가 눌려 경기장 운영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해당 어르신은 이후 실내 게이트볼 행사에서 의자 배치가 아무 문제 없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은 개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영광군은 이번 사안에 대해 “보조금만 지원한 민간 행사”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지방보조금법상 예산을 교부한 자치단체는 행사계획의 적정성과 예산 집행의 타당성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 


더구나 군수와 과장,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직접 현장에 참석한 공공 행사를 두고, “우리는 몰랐다”는 해명은 주민들에게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행사 전반을 실무 책임졌던 가정행복과장(오 과장)에 대한 지역사회의 불신도 확산되고 있다. 


지역 주민 B씨는 “노인을 위한 행사에서 정작 노인이 소외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행사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간부 공무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5월 단오제 노인 문화행사 때도 일자리 참여 어르신들을 단순 집결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돼 부실한 행사라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반복되는 ‘노인 행사 탁상행정’에 대해 군의 전반적인 복지행정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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