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위발 시인은 내면에서 아물지 않은 상처를 끄집어내어 화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으며, 얼굴이 붉어지던 그 날의 순간을, 남에게 쫒기는 사람처럼, 정신이 흐려지던 그 상념을, 견디지 못하고 절벽아래 강물에 던져 버리거나, 시장 어귀에서 싱싱한 살 내음을 풍기거나, 배추를 이고 가는 여인의 등이거나, 시퍼런 무쇠 칼 아래 퍼덕이는 고등어이거나, 푸른색이 살아 꿈틀거리듯 한다고 했다.
안상학 시인은 이 시집의 영혼은 울고 있다. 바람 부는 들판에서, 어둠이 내리는 골목길에서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다. 추워 떠는 나무 아래서, 봄이 올 것 같지 않는 겨울 거리에서 돌아 앉아 마냥 울고 있다. 눈물을 닦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지막이 읊조리는 혼잣말. 시집 전편에 무수히 피고 지는 꽃들의 언어들과 아프게 껴안고 있다고 했다.
